최근 서울 강남과 강북 모두에서 신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의 대응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집값이 불안 조짐을 보일 때 마다 적극적인 규제와 대책을 내놓은 정부가 이번에도 집값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9·13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은 국토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말 공포?시행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집값이 또다시 과열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는 즉시 부동산 규제를 추가적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채권입찰제와 재건축 연한 연장, 보유세 강화 등 강력한 추가 규제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분양가 상한제’ 다가오자 들썩이는 집값
18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5일 법제처 심사를 통과한 뒤 지난 17일 차관회의도 마쳤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자 시장에선 신축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아파트에도 적용되면 정비사업이 위축되면서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에 입주 5년차 미만 신축 아파트들의 매물은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는 지난달 14일 23억98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썼다. 3.3㎡당 1억원 수준이다. 강남구에선 올해 2월 입주한 개포동 레미안블레스티지(개포2단지) 전용면적 84㎡가 지난 8월 24억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5월 18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세 달 만에 5억5000만원 올랐다. 강북권도 예외는 아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는 지난 8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이 16억원을 넘겨 거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축 아파트가 오르면서 주변의 다른 단지들도 ‘키 맞추기’ 현상을 보이며 오르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과도한 규제보다는 공급 확대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추가대책 만지작
신축 아파트 상승에 대해 국토부는 “아직은 대세 상승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신고가 사례가 나오긴 하지만 해당 거래량이 적은만큼 시장 전체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사례로 시장 전체를 정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하지만 시장 거래 상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거래의 유형과 특성 등도 분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거래 사례 중 불법, 탈법이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선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철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투기세력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추가 규제에 대한 검토보다는 시장 질서를 투명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 경우 즉시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현재는 추가 규제보다는 상한제 시행을 위한 준비작업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일 경우 추가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정부가 특정 지역 종부세 부과 세율을 높이거나 전월세 상한제, 대출 규제 등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덩치가 큰 규제보다는 ‘정밀타격’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방위적 대책 보다는 강남 등 특정 지역을 겨냥한 핀셋 규제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예고한 분양가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에 이어 고가의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 등도 시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건축 연한 연장’, ‘채권입찰체’ 나올까
과거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 중 아직까지 꺼내들지 않은 강력한 대책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대책으로 재건축 연한 연장(30년→40년)과 채권입찰제, 주택거래허가제 등이 있다. 이들 중 가장 유력시되는 카드는 ‘채권입찰제’다. 채권입찰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해 큰 시세차익이 예상될 경우 청약자에게 제2종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강남4구의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건축 허용 연한을 현재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강남권 아파트들은 대체로 40년 연한이 임박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입찰제는 재산권 침해 소지 등 반발 기류가 커 전체 시장을 아우르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거래허가제 같은 극단적인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토지거래허가제처럼 일부 지역에 한해 정부 허가 없이는 주택을 사고팔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10·29대책을 통해 추진했던 정책이다. 주택거래를 원칙적으로 무주택자에게만 허가하되 1주택자는 6개월 이내 기존주택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구입을 허가해준다. 매각을 하지 않을 경우 이행 강제금을 부과한다.
이밖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와 5주택 이상 보유자 및 청약조정지역 내 3주택 이상 소유자 종합부동산세 강화(최고3%) 등도 거론된다. 종부세 강화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지난해 9·13 대책 때 검토했던 1주택자 종부세 기준 강화(9억원->6억원) 방안도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설문을 해 논란이 됐던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폐지 가능성도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어떤 규제든 틈새가 있기 때문에 규제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재건축 규제 등을 풀어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진석/양길성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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