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콘퍼런스(SIBOS)에 직원 4명을 보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은행과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작년까지 참석자가 거의 없었지만 올해부터 참석 인원을 늘렸다”며 “한국과 교류가 거의 없던 현지 은행들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현지 은행에서 직접 차입
우리은행이 글로벌 현지화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금융회사를 뚫어 직접 자금을 차입하는 게 골자다. 자금 조달 비용을 아껴 해외 기업금융(IB) 영업 경쟁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포부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호주·뉴질랜드 현지 신디케이트론(집단 대출)에 참여하면서 자금 일부를 호주 은행에서 직접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신디케이트론은 다수의 금융회사로 구성된 차관단(신디케이트)이 같은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차입자에게 빌려주는 중장기(5~10년) 집단 대출이다. 우리은행은 뉴질랜드 오클랜드 시내 주차시설 사업 및 통신업체 보다폰의 신디케이트론에 총 6400만뉴질랜드달러(약 48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이 중 절반을 현지에서 차입했다.
기존엔 은행들이 해외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할 때 여러 단계를 거쳤다. 국내 본사가 보유한 자금을 외화 스와프(교환) 방식을 통해 미국 달러로 바꾼 뒤 해당 시장에서 현지 화폐로 또 한 번 환전하는 방식이다. 이를 현지 은행에서 차입하면 스와프·환전 비용을 모두 아낄 수 있다. 우리은행도 평소보다 연 10bp(0.1%포인트)가량의 비용을 줄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호주 은행과 꾸준히 만나 교류하면서 신뢰를 쌓은 덕에 현지 IB 사업에서 직접 차입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며 “아주 큰 비용을 줄인 것은 아니지만 거래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은행 ‘릴레이 면담’ 정례화
다른 지역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 싱가포르와 대만에 지점을 둔 외국 은행 16곳을 돌며 면담했다. 대만 CTBC, 싱가포르 UOB, 유럽계 은행 5곳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일부와는 직접 차입 한도를 늘리기로 협의를 마쳤다. CTBC는 우리은행의 중장기 차입 한도를 3억달러에서 7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이런 면담 행사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은행의 해외 영업은 한국 본점 또는 한국에 지점을 둔 글로벌 은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은행도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26개국 463곳)를 두고 있지만 본점 의존도가 높았다. 손태승 회장 취임 이후 글로벌 시장 개척을 강조하면서 지난해부터 현지 은행을 개척하는 데 힘써왔다. 현지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에도 낮은 금리로 혜택을 줄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동 등 기존에 거래가 거의 없던 지역 금융회사와도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현지 금융회사 마케팅을 통해 한국 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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