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가동률 ‘뚝뚝’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남동공단의 가동률(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은 올 8월 기준으로 61.0%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69.8%)과 비교해 8.8%포인트, 지난해 12월(68.8%)에 비해선 7.8%포인트 떨어졌다. 6702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남동공단의 8월 최대 생산능력은 금액으로 3조7177억원이지만 실제 생산액은 2조2685억원에 그쳤다. 자동차 부품업체가 몰려 있어 완성차 업체의 실적 부진이 직격탄이 됐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쌍용자동차의 누적 영업손실이 1821억원에 달하는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쌍용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화학·조선업체 715개가 몰려 있는 울산·미포 국가산업단지의 상황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올 8월 가동률은 80.7%로 지난해 8월(91.5%)에 비해 10.8%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해 말(91.3%)과 비교해선 10.6%포인트 하락했다. 산업 기반이 흔들리면서 울산지역 주민의 소비여력도 줄어 급기야 ‘디플레이션’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울산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전년 동월 대비)로 올해 2월부터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올해 1분기 71.8%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6.5%) 후 가장 낮았다. 올 2분기에 가동률이 72.3%로 다소 올랐지만 73%를 웃돌던 2015~2018년 연평균 가동률 수준에는 못 미쳤다. 경기 침체로 재고가 쌓이자 공장 가동률을 낮춘 결과다. 재고 증가와 가동률 하락은 기업의 고정비 부담을 늘려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남동공단에서 매출 50억원 규모의 금형 업체를 운영하는 B대표는 “일감이 줄어든 데다 인건비까지 올라 월 2000만~3000만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며 “차입금 이자를 갚기도 벅찬 상황이어서 ‘내일이라도 당장 회사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설비투자 26.2%↓
재고가 쌓이면서 실적도 나빠지자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미 생산한 물건도 창고에 쌓이는 마당에 설비를 새로 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설비투자 증가율은 -2.7%(전년 동월 대비)로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올 2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6.2%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1월 28.9%가 줄어든 후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수출이 감소하면서 재고가 늘자 설비투자도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모습이다.
설비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차입금 조달도 크게 둔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시설자금 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분기 후 가장 낮은 수치다. 김윤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여파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였고 국내 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낮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2.4%에서 2.0%로 사실상 하향 조정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김익환/심성미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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