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로또 분양’은 40·50대 몫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분양 당첨자 연령 현황’에 따르면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정책 발표 이후 공급된 서울 6개 단지 당첨자 가운데 40대가 4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시세차익 5억원 이상이 기대돼 청약 광풍을 일으킨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와 역삼동 ‘센트럴 아이파크’는 40~50대가 당첨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당첨자 112명 가운데 90%인 100명이 40~50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0대가 61명(54%)으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39명(35%)을 차지했다. 30대는 5명(4%)에 그쳤다.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도 마찬가지로 전체 당첨자 93%가 40~5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40대에서 90명(65%)의 당첨자가 나와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많았다. 50대에서는 38명(28%)이 당첨됐다. 이어 30대가 6명(4%), 20대가 1명이었다. 두 아파트 청약 당첨자 가운데 20~30대는 13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30대 당첨자가 적은 것은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로 청약 광풍이 불면서 가점 커트라인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최근 분양한 강남권 아파트 분양가는 전용면적 3.3㎡당 4750만원으로 인근 아파트 대비 5억원 이상 낮았다. 이 때문에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길어 가점이 높은 40~50대가 주로 당첨됐다. ‘래미안 라클래시’와 ‘역삼동 센트럴 아이파크’의 평균 당첨 가점은 각각 69.5점과 67.45점을 기록했다. 올초 분양한 강남권 아파트인 ‘래미안 리더스원’(64.37점), ‘서초 방배그랑자이’(50.4점), ‘디에이치 라클라스’(60.21점), ‘디에이치 포레센트’(55.47점) 등에 비해 당첨 가점이 껑충 뛰었다.
청약 통한 내집 마련 길 막힌 30대
강남에 이어 강북까지 청약 당첨 가점이 높아지면서 서울에서 30대가 청약으로 내집 마련을 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달 분양한 강서구 화곡동 ‘마곡 센트레빌’ 평균 당첨 가점은 60점 안팎으로 상승했다. 전용 59㎡A가 최저 58점, 최고 69점으로 평균 62.78점을 기록했다.
63점은 3인 가족이 채울 수 있는 만점(64점)에 가까운 점수다. 자신과 배우자, 자녀를 포함해 부양가족이 2인(15점)이면서 무주택기간을 15년(32점)까지 채우고, 청약통장 가입기간도 14년(16점)을 달성해야 한다. 3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15년 이상으로 만점을 받더라도 무주택기간이 15년을 넘겨야 64점을 받을 수 있다. 만 30세부터 무주택기간이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40대 중반부터 60점을 넘길 수 있는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나온 강북 인기 아파트 당첨자 분석에서도 30대의 비율은 50대와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지난 7월 분양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에서 30대가 차지한 비율은 339명인 25%를 나타냈다. 8월 분양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27%(42명),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9월)은 33%(249명)였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 교수는 “강남은 70점, 강북은 60점대를 기록해야 당첨 안정권”이라며 “분양 물량 가운데 일부를 추첨제로 돌리고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는 등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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