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는 ‘종이 소재를 통한 국민문화 창달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된 업력 54년의 종합제지업체다.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에 집중한 덕분에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한솔의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최근 나노셀룰로스 등 펄프를 재료로 한 소재산업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고수익·고부가가치 제품 집중
한솔제지는 글로벌 ‘톱20’ 제지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매출 3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 신제품 비중 30%’ 달성을 목표로 하는 ‘고 투게더(Go together) 3·3·3’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기존 인쇄 및 산업용지 사업부문의 수익성을 강화해 내수시장에서 우위를 다지고, 특수지 제품 개발 및 제품군 확대를 통해 고수익 제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디자이너들이 주로 찾는 고급 인쇄용지와 색지, 무늬지 제품 등을 아우르는 제품의 패밀리 브랜드인 인스퍼를 출시했다. 인스퍼와 관련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해당 분야의 수익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용지(패키징 용지) 부문에서는 조직 개편 및 신제품 개발 등 체계적인 성장전략을 수립해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용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까지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패키징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또 휴대폰, 화장품 등 소형 고가제품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고급 포장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적극 확대 중이다. 뷰티 관련 제품에 특화된 고급 패키징 용지인 CCPⓝ과 공기 및 수분 차단 성능이 우수한 기능성 패키징 용지 프로테고 등 다양한 혁신적인 신제품을 출시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수증과 라벨 등에 주로 사용되는 감열지 수요가 늘면서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 2013년부터 관련 투자에 집중해 왔다. 국내 장항공장과 신탄진공장에 감열지 생산설비를 구축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한솔제지는 독일, 일본, 북미 등 세계 선진 감열지 회사들과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나노셀룰로스 등 소재 산업 진출
한솔제지는 국내 유일한 종합 제지회사로서 시장 변화를 선제 예측해 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또 시장 변화에 맞는 유연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구축하며 제지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맏형 노릇도 해 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9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며 북미, 중국, 유럽 등 세계 주요 지역에 영업망을 확보했다. 한솔그룹의 40여 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 내 영향력을 키워가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다양한 하이테크 종이 소재 개발에 주력한다. 고부가가치 제품 및 기술을 확보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친환경 폴리우레탄 제품 생산업체 티앤엘과 특수소재인 나노셀룰로스 공급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나노셀룰로스는 식물 세포벽의 주성분인 셀룰로스를 10억분의 1 크기로 분해한 친환경 고분자 물질이다. 무게는 철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5배 강하다. 가스나 기름의 침투를 막는 기능도 뛰어나 정보기술(IT), 자동차, 의료 분야 등 산업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티앤엘에 공급하는 나노셀룰로스는 수분산 폴리우레탄(PUD) 생산에 사용된다. PUD는 산업용 코팅과 피혁, 섬유 코팅 등에 활용되며 최근 글로벌 시장이 급성장세를 이어가는 유망 분야다. 한솔제지는 2010년부터 종이 원료인 펄프에서 나노셀룰로스를 추출·개발하기 위한 투자에 주력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훈 대표는 “이번 MOU 체결은 제지산업을 넘어 소재산업으로의 진출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나노셀룰로스는 산업 전반에 걸쳐 확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소재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