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기자] ‘미스코리아’, 이 짧은 단어 하나가 주는 힘은 결코 가볍지 않다. 1957년에 제1회 미스코리아 대회가 개최된 이래로 ‘미스코리아’라는 단어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 수식어로 자리 잡았다.
진선미(眞善美)로 구분되는 입상 제도는 참가자들의 신체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지성과 덕성을 기준으로 평가되며 이중 특히 1등을 의미하는 진眞 은 참 진(眞)자를 써, 그 말 그대로 ‘참다운 아름다움’을 뜻한다. 참다운, 즉 진정한 아름다움을 갖춘 이를 의미하는 미스코리아 진은 더 없을 영예기도 하지만 때로 그만큼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부담이기도 하다. 2019년 미스코리아 진을 차지한 김세연, 이제 갓 만 스무 살을 넘긴 그에게 이 갑작스러운 관심이 어쩌면 무거운 짐이 되진 않을지.
이런 걱정은 그와 몇 마디를 나눠보자 곧 눈 녹듯 사라졌다. 현재 미국 소재 디자인 대학 중 최고의 명문으로 손꼽히는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교(Art Center College of Design, ACCD)에 재학 중인 전도유망한 아티스트이기도 한 김세연. 다소 서툰 한국말로도 학업에 대한 열정과 아름다움에 대한 소신을 또박또박 전하는 김세연의 맑고 고운 눈을 보고 있자니 미스코리아가 단순히 ‘예쁜’ 미인을 뽑는 대회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평범한 스무 살 예술학도에서 2019 대한민국의 미의 대표 명사로 거듭난 김세연의 조금은 특별한 가을을 bnt가 함께 했다.
Q. 화보 소감
“이런 화보 촬영은 처음이라 무척 재밌었다. 특히 5살 때 처음 한복을 입어본 이후로 입어볼 기회가 없었던 한복을 이번 촬영을 통해 다시 입어보게 되어 더 특별한 경험이었다”
Q. 근황
“방송 촬영이나 봉사 활동 등 미스코리아로서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올해 처음 열린 ‘제1회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Asia Contents Awards, ACA)’에서 영어로 사회를 맡게 될 기회가 생겨서 부산 국제 영화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Q. 미스코리아 당선 후 달라진 점
“전혀 예상을 못 했던 일이라 좋으면서도 얼떨떨했다. 처음에는 계속 안 믿어지다가 1~2주 정도 지나니 그제야 실감이 나더라. 평소에 워낙 털털하고 그다지 여성스러운 편이 아니라서 주위 친구들은 더 의아해 했지만 이내 함께 기뻐해 줬다(웃음). 가족들도 무척 행복해했고. 갑자기 받는 관심이 아직은 가끔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아직은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하다”
Q. 미스코리아 출전 계기
“원래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는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 작년에 언니가 미스코리아 미주 지역예선에 나가 선에 입상했는데, 언니가 미스코리아 출전 이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자신감도 부쩍 늘고,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듯했다. 나도 처음에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싶어 출전을 결심했다. 또 합숙 훈련을 통해 한국 친구도 많이 사귀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오자라는 마음이었다”
Q. 최초의 미주 출신 미스코리아 진으로 선발됐는데, 적응의 어려움은 없었나
“6살에 건너간 이후로 쭉 미국에서 자랐다. 처음에는 사람을 대하는 법, 어른을 대하는 예절 등이 미국과 한국의 문화가 많이 달라 어려움이 많았다. 물론 지금은 빠르게 적응해 아주 잘 지내고 있다. 미국에 오래 살기는 했지만, 학교에 워낙 한국 친구들이 많아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지금은 미국 친구 반, 한국 친구 반 정도인 것 같다”
Q. 우승할 수 있었던 본인만의 매력은?
“너무 완벽하게 꾸며진 모습, 인위적인 모습 대신 원래의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홍보 영상을 찍고, 4일 만에 바로 합숙 훈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올 때 미스코리아가 되어 나온 셈이다(웃음). 다른 사람들은 미스코리아 준비를 위해 오랜 시간 걷는 법, 말하는 법 등을 연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약 한 달 정도로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쳤는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순수하게 비춰진 것 같다. 처음에는 카메라에 안 잡히려 숨어다니기도 했다. 너무 튀지 않으려고(웃음)”
Q. 미스코리아 합숙 에피소드
“우선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미국에 오래 살아 한국에는 아는 친구가 전혀 없었다. 솔직히 숙소 배정 등 여러 이유로 50명의 후보 모두와 가까워지기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10 명이상은 지금도 서로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아무래도 같은 방을 쓰던 룸메이트 친구와 제일 추억이 많은데, 사실 내가 잠버릇이 좀 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잠이 부족하거나 예민하면 가끔 잠꼬대를 하는 편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말을 한다거나 하는(웃음). 룸메이트였던 친구가 처음에는 무척 당황해했는데 이것도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됐다”
Q. 98년생으로 한국 나이로는 만 20살이다. 한창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나이 아닌가
“집에서 내가 막내고 위로 언니가 두 명 있다. 언니들과 자라와서 그런지 또래 친구들보다는 언니, 오빠들과 더 친한 편이다. 평소 밖에서 노는 걸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 소위 말해 ‘집순이’다. 그래서 그런지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없는 편인데, 그래도 학업은 앞으로도 열심히 쭉 병행할 계획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배워오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됐다”
Q. 취미나 관심사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평소에 부모님께도 자주 직접 식사를 만들어 드리는 편이라 아무래도 메뉴는 한식 위주다. 아직 다양한 메뉴를 만들 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김밥은 정말 자신 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특히 디저트를 좋아한다.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도 좋아한다. 쉬는 날에는 헬스 트레이닝과 같은 운동이나 영화 보는 것을 즐긴다”
Q. 연애관 및 이상형
“너무 연애를 안 해봐서 가끔 스스로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다(웃음). 미스코리아 당선 이후 주위 분들이 지인들로부터 소개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기는 했는데, 막상 소개를 받지는 못했다. 이상형은 그때그때 매번 달라지지만 배우 차태현이나 황정민 같은 선하면서 남자다운 이미지를 좋아하는 편이다”
Q. 롤 모델
“많은 다른 미스코리아들도 롤 모델로 언급하는 이하늬 선배님. 미스코리아 이후에 배우로서도 활발한 커리어를 쌓아나가시면서, 본래 전공이었던 국악인으로서의 이미지 역시 잘 지켜나가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얼마 전 부산 국제 영화제 시상식장에서 실제로 만나 뵐 기회가 있어서 기뻤다”
Q. 몸매나 피부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일단 식단 조절. 원래는 살짝 통통한 편이었는데 마음을 굳게 먹고 일주일에 3~4번씩 꾸준히 운동과 함께 식단 조절을 철저히 해 작년에 13kg 정도를 감량했다. 평소에 활동이 없을 때는 화장을 자주 하지 않아 따로 특별한 피부 관리법은 없지만, 로션을 충분히 발라 보습에 신경 쓰는 편이다”
Q. 외모 관리 스트레스는 없나
“식단을 조절하다 보니 스트레스로 가끔 폭식하기도 한다. 치킨을 한 마리를 한 번에 다 먹고 다시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하는 식(웃음). 예전에는 식단조절을 과하게 해서 빈혈이 자주 오기도 했다. 지금은 대회가 끝난 만큼 적당히 먹고 싶은 것들도 간간이 먹어주며 유지하고 있다”
Q. 김세연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미스코리아들이 워낙 자주 하는 말이라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아무리 외면이 아름다워도 내면이 그렇지 못하다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면이 아름답고 순수할 때 외모 역시 자연스럽게 예뻐 보이는 것 같다. 항상 즐겁고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또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 대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아이돌은 없나
“방탄소년단이 처음 데뷔했을 때 좋아했었다. 처음 보자마자 친구에게 ‘이 그룹은 꼭 성공할 거다. 아마 엑소 이상으로 클 것 같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유명해져서 신기해했던 적이 있다”
Q. 닮았다고 들어본 연예인은 없나
“배우 신세경, 한채아 님과 그리고 블랙핑크의 제니를 닮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감사할 따름이다(웃음). 미스코리아 박은혜 선배님을 닮았다는 얘기도 듣는다. 이번 미스코리아 무대 심사에 심사의원으로 참석하셨다고 하는데, 직접 얘기를 나눠볼 기회는 없었다. 또 얼굴형 때문인지 캐릭터 ‘둘리’를 닮았다고 자주 듣는다. 평소 별명은 ‘둘리’다(웃음)”
Q. MBC every1 ‘비디오스타’에 미스코리아 특집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첫 예능 출연이라 너무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 했다.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많이 하고. 그래도 ‘비디오스타’ 출연 이후로 많이 내려놓게 됐다. MC분들이며 게스트분들 모두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셨다. 장윤정, 권민중, 이지안 세 분의 대선배님들도 무척 따뜻하고 친근하게 대해주셨는데, 특히 권민중 선배님께서는 녹화 전에 대기실에서 긴장을 풀어주려 손을 잡아주기도 하셨다”
Q. 다른 방송 출연 계획은 없나
“TV조선 ‘알콩달콩’에 아나운서 김성주와 함께 고정 MC로 출연하게 됐다. 그전에는 TV조선 ‘연애의 맛’에 패널로 출연한 경험이 있다. 기회가 닿는다면 먹는 프로그램이나 운동을 하는 예능에 출연해보고 싶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
“아직은 연예계 진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아직 학생인지라 먼저 아티스트로서 학업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다. 물론 미스코리아로서 2년 동안 주어진 활동들도 열심히 병행하면서. 지금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어 1년에 한 학기는 꼭 수강해야 한다. 1월부터 4월까지는 미국에서 수업을 듣고, 4월에서 12월까지는 미스코리아로서 국내에서 활동하게 될 것 같다”
Q. 공식 활동 외에 해보고 싶은 것
“평소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동물 보호와 관련된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다. 아직은 한국의 봉사 활동 환경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시간적 여유와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해 보고 싶다”
“미스코리아가 되기 전에도 가끔 한국에 온 적은 있지만, 아직 서울 밖으로 나가본 적은 없다. 얼마 전에 영화제 때문에 부산을 다녀오긴 했는데 일 때문에 간 거라 여유롭게 둘러보지는 못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능한 한 더 많은 곳들을 방문하고 경험해보고 싶다”
에디터: 정혜원
포토그래퍼: 권해근
의상: bnt collezione(비앤티 꼴레지오네), 시크라인
주얼리: 바이가미, 위드란(WITHLAN)
슈즈: 르크로마키
헤어: 미즈노블 하경혜 원장
메이크업: 미즈노블 안병숙 대표원장
장소: 펜션121, 탐앤탐스 탐스팜, 탐스 크레이지 파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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