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 공매도 투자자, 주가급등에 사면초가…코스닥 시총 1위 '등극'

입력 2019-10-22 14:25   수정 2019-10-22 15:24



신약개발업체 에이치엘비의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데다, 주식 매물 품귀현상인 '숏스퀴즈'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서다.

22일 오후 2시8분 현재 에이치엘비 주가는 전날보다 3만9800원(23.72%) 급등한 20만7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임상 3상에 대한 부정적 해석으로 주가가 폭락한 지난 7월30일의 2만1800원보다 약 850%, 9배 이상 폭등한 수치다. 시가총액은 8조1458억원으로 불어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 8조1026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코스닥 시총 1위를 차지했다.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의 출시를 위해 미국시간으로 오는 24일 미 식품의약국(FDA)과 신약허가 신청 전 회의(pre NDA 미팅)를 앞두고 있다. 지난 2일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3상 연구결과가 진행성 식도암·위암 분야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며 허가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위암 임상 3상 결과 1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 목표는 충족하지 못했지만, 무진행생존기간(PFS)은 좋았다"며 "추가 임상 없이도 신약승인이 가능할 것이란 게 컨설팅사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최근 PFS를 보는 게 FDA의 추세고, 위암에 대해 최소 4차 치료제로는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4차 치료제의 가능성은 3상에 4차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40% 정도 포함됐고, 이들의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약승인(판매허가) 기대감에 개인들의 매수세가 먼저 불을 당겼다. 여기에 최근 외국인의 '사자'가 더해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순매수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 에이치엘비 측은 이를 '숏커버링'(빌린 주식을 갚기 위한 매수)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공매도의 손실 규모가 커져 이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에이치엘비가 임상 3상의 1차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 투자를 늘려왔다.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는 지난 17일 기준 523만주에 달한다.

공매도 투자자의 또다른 고민은 숏커버링 집중으로 인한 숏스퀴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은 2017년 숏스퀴즈가 발생했던 셀트리온 때와 비슷하다"며 "당시는 공매도 투자자가 숏커버링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나 이번 에이치엘비는 단기 급등세를 보이다 보니 숏커버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의 숏커버링이 단기에 집중되면 매도물량 공백이 나오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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