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사진)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금리가 높던 시절에는 약간의 위험만 감수하면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무위험 자산으로 꼽히던 국채 등으로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머튼 교수는 파생금융상품 가치 측정에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금융공학의 귄위자로 세계적 투자자문사인 디멘셔널펀드어드바이저스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머튼 교수는 분산투자, 헤지(위험 회피), 금융보험 등을 통해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산투자는 투자 지역이나 자산 종류를 다양화해 위험을 줄이는 방식이다. 신흥국과 선진국, 주식과 채권 등의 비중을 나눠 담는 식이다. 헤지는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했을 때에 대비해 반대 성격의 선물, 옵션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달러로 대금을 결제하는 기업이 3개월 후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달러 선물을 사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보험은 수수료를 내고 원금의 일정 부분을 보장받는 것이다. 머튼 교수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담보가 있는 회사의 채권을 사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중에서도 금융보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머튼 교수는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은 주로 분산과 헤지에 주목했지만 앞으로는 금융보험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며 “분산투자하는 동시에 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원금을 보장하고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산과 헤지는 무료지만 보험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머튼 교수는 “목표 수익률을 정함으로써 일정 수익률 이상에 대한 권리를 보험료와 같은 가격으로 팔면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는 고수익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고위험을 감수해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신 정확한 목표를 정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연기금은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 수익률을 정해야 한다. 머튼 교수는 “앞으로의 자산관리는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목표로 하는 수익을 얻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목표를 정하고 그만큼의 리스크만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 시대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고도 했다. 머튼 교수는 “올해 초만 해도 미국 금리 인상에 이견이 없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처럼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금리를 예측해 투자하기보다는 위험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연/한경제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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