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日 수출규제 정부 대응 적절했나"…금융공기업 필기시험 문제 봤더니

입력 2019-10-23 11:21   수정 2019-10-23 11:29


올해 한국은행은 공통 논술과목에서 ‘탈세계화의 원인, 한국이 맞이한 리스크와 대응방안’을 서술토록 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으로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에 대해 수험생들의 가치관과 견해를 묻는 질문이었다. 전공시험에서는 각 분야별 넓고 깊이있는 문제들이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국민은행의 필기시험에서는 노벨상, 블록체인, 브레튼우즈체제 등 일반 시사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금융공공기관은 지원 전공에서 깊이있는 지식을 묻는 반면,일반 시중은행은 최근 이슈가 되는 시사상식과 기본적인 경제·금융지식을 묻는 것이 추세다. 금융권 수험생들의 입사 전략이 달라야 하는 이유다. 올 하반기 출제된 금융권 입사 문제들을 살펴봤다.

◆“금융공기업 문제 어려웠다”

지난 19일은 금융공공기관 10곳이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른 ‘A매치데이’였다. 이날 한은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신용보증기금 등은 수험생의 논리력과 사고력을 묻는 논술시험도 진행했다. 한은은 경제학 서술문제에서 ‘중립금리의 추세적 하락요인’ ‘외환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활용하고 있는 통화정책’을 묻는 문제도 출제했다. 특히 전공시험에선 해외 경제 학술논문의 예시문이 나오는가 하면, 학부 수준을 넘는 문제가 다수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시험 문제를 접한 이강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부 문제는 대학원 수준이 돼야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난도가 높았다”며 “학부생 수준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다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금감원 필기시험에선 최근 이슈가 된 파생결합증권(DLS)과 일본 수출규제가 등장했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설명의무’ ‘비대칭정보’ ‘자기책임’ 등 키워드 약 10개와 함께 DLS 등 금융분쟁 사례 3개를 제시하면서 ‘최근 금융분쟁이 빈발하는 이유를 금융소비자 측면과 금융기관 측면에서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을 서술하라’고 했다. 또한,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책을 3∼4가지 제시하고, 이 대책이 적절했는지 논하도록 했다. 전공에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 디플레이션 기대가 유발될 가능성을 최근 경제 상황에 비춰 설명하는 문제가 나왔다. 또 핀테크가 어떻게 포용적 금융에 기여하는지와 핀테크의 건전성 위험 요인을 묻는 문제, 저금리·저성장·저물가에 대한 금융감독의 대응을 묻는 문제도 있었다.

산업은행은 ‘디지털 전환기 도래에 따라 요구되는 금융기관의 플랫폼 대응전략’을 논술 문제로 출제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조용완의 <디지털 혁신만이 살 길이다>, 임춘성 교수의 <매개하라> 등에서 관련 지문을 함께 제시했다. 예보도 최근 ‘은행들의 DLS사태와 관련 건전성 규제 방안이 무엇일지’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예보 인사팀장은 “예금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인 이상 최신 금융이슈를 통해 지원자의 통합적 사고력을 평가하고자 이런 문제를 냈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은 디플레이션의 개념과 원인, 영향, 대응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논술하도록 했다. SGI서울보증은 영화 ‘월스트리트’ 주인공의 대사를 제시하고 지원자에게 포용적 금융의 장단점과 금융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방향성 등을 물었다. 최근 이슈가 되는 경제·금융 현안과 이에 대한 장기적 대책을 묻는 질문이 많아 “까다로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시중은행 일경제·금융상식 다수”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기업은행들은 논술 대신 NCS(국가직무능력표준)직업기초능력 평가와 경제·금융·상식 등 두과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깊이 있는 지식보다는 경제금융 전반에 대한 흐름을 꿰뚫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들이 많았다.

국민은행은 지난 8일 서울,부산, 대구, 대전,광주 등 5대 도시에 고사장을 마련했다. 응시생만 1만명에 육박했다. 시험은 오후 1시부터 2시40분까지 100분간 실시했고, 시험 과목은 △NCS(국가직업능력표준) 직업기초능력평가 60문항 △경제·금융·상식 40문항 등이었다. 국민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의 설립 배경이 된 ‘브레튼우즈 체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수단인 ‘공개시장조작’ 자진 신고자 감면제도를 뜻하는 ‘리니언시’ 등이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2윤창호법이라 불리는 음주운전 처벌강화기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같은 날 오후에는 KEB하나은행의 시험도 있었다. KEB하나은행은 NCS직업기초능력과 탑싯(TOPSIT)기반 비즈니스·기술영역 두 과목과 인성검사를 실시했다.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불거진 ‘메자닌’ 약정 만기에만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유러피안 옵션’ 등 경영관련 질문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에는 오전 기업은행, 오후 우리은행이 입사시험을 실시했다. 우리은행은 설립연도(1899년)을 묻는가 하면,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인 ‘인포데믹’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첨단 기술의 발달로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인 ‘빅블러’ 등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 기업은행은 페이스북에서 개발중인 암호화폐 ‘리브라 코인’ ‘빅맥지수’ ‘넛지’ 등의 개념을 묻는 질문도 다수 출제했다. 시중은행의 한 수험생은 “경제·금융 상식뿐아니라 최근 상식까지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다수였다”며 “신문을 꾸준히 읽지 않았더라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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