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캐리 람 장관 경질한다…'反中 시위' 확산하자 문책

입력 2019-10-23 17:00   수정 2020-01-21 00:01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자 중국 정부가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을 경질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내년 3월 홍콩 행정장관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는 기간이다. 이때 중국 공산당과 정부 등의 주요 인사가 교체된다. 홍콩 정부 수반인 행정장관은 전인대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중국 정부는 람 장관이 독단적으로 송환법을 추진하다 현재의 상황을 초래했으며 위기 대응 능력도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체 시기를 내년 3월로 정한 것은 홍콩 시위대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람 장관은 2017년 행정장관 선거에서 1194표 중 777표(득표율 66.8%)를 얻어 당선됐다. 임기는 2022년 6월 30일까지다. 중국 정부는 권한대행을 내세워 람 장관의 남은 임기를 채우게 할 방침이다. 권한대행을 맡을 인사로는 노먼 찬 전 홍콩 금융관리국 국장과 헨리 탕 전 정무장관(총리격)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람 장관을 교체할 계획이라는 보도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가 중국 중앙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홍콩 정부가 송환법 추진을 강행한 지난 6월부터 본격화했다. 송환법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이 법을 악용해 반(反)체제 인사 및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강제 송환할 수 있다며 강력 반대했다.

2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에 놀란 홍콩 정부가 지난달 송환법 폐기를 공식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전반적인 민주화를 요구하며 4개월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홍콩 정부가 ‘복면금지법’을 시행한 이후 홍콩에선 반중 정서가 거세지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촉발한 살인 용의자 찬퉁카이(20)는 이날 오전 픽욱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찬퉁카이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함께 여행 중이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홍콩으로 도망쳤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선 처벌하지 않는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여자친구의 돈을 훔쳤다는 것과 돈세탁방지법을 위반했다는 것뿐이었고 재판 결과 29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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