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갑작스러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발언’으로 정부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평화경제’를 강조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북측이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을 철거하겠다고 나서면서 자칫 남북한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현재 남북관계가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비판적·부정적 발언을 한 것은 주목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며 “선대의 정책에 대해서 사실상 비판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진짜 정책 전환인지, 아니면 다른 시그널인지 좀 더 분석해봐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입장을 명확히 분석하는 게 먼저”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정부는 북측의 의도와 구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시정연설을 통해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 북한의 밝은 미래도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강조한 직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기대와 달리 실제 남북관계가 알려진 것 이상으로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청와대도 최근 “남북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줄곧 밝혀왔다. 김정은의 방문 가능성을 열어둔 채 다음달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준비하던 청와대로서는 김이 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청와대는 되레 ‘김정은의 몽니’가 남북 간 소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남북 협의로 막혀 있는 남북 간 소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후 ‘긍정 조짐으로 보기에는 남북의 온도가 안 맞는다’고 재차 묻자 “부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다’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을 바꿨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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