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빛에는 그늘이 있는 법, 이 회사 주가 급등으로 쓴 입맛을 다시는 이들도 있다. 에이치엘비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들이다. 이 주식의 공매도 잔액은 22일 기준 6670억원으로 코스닥 종목 중 최대 규모다. 최근 한 달간 주가가 4.1배 뛰었는데 공매도 잔액은 2.7배 늘었다. 이 기간 평균 공매도 체결가격이 8만6385원임을 고려하면 22일 종가(18만800원) 기준 손실률만 109%에 달한다. 8월 초까지 기간을 늘리면 손실률은 275%에 이른다고 한다.
증시 일각에서는 “쌤통(?)이다”라는 시각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은 만큼 통쾌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에이치엘비 주가 급등에는 공매도의 역할도 컸다. 겁에 질린 공매도 투자자들의 손절매수(쇼트커버링)는 불붙은 주가를 더 끌어올리게 마련이다. ‘묻지마 투매’가 주가 급락을 부르는 것과 정반대의 이치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한때 “공매도 때문에 못살겠다”며 회사를 팔겠다고까지 했지만 셀트리온은 그때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한 회사가 됐다. 공매도가 ‘예방주사’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 시장 예측은 투자자마다 다르다. 하락을 예상하면 공매도, 상승을 내다보면 주식을 매수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하락’에 베팅했다는 이유로 ‘부정한 투기세력’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개미’는 접근할 수 없어 불공정게임이라고 하지만 이는 알고리즘 매매나 프로그램 매매도 마찬가지다. 사실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 그런데도 좀처럼 부정적 시각이 바뀌지 않는다. 언론조차 공매도 참여자에게는 ‘투자자’ 대신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주가가 떨어질 땐 주범으로 지목돼 욕먹더니, 주가가 오르니 손실로 전전긍긍하는 게 공매도 투자자다. 이래저래 공매도 수난시대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