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니다 천리마마트' 악역 박호산, 계략 꾸밀 때마다 '귀여움 유발'→호감도 상승

입력 2019-10-24 11:27   수정 2019-10-24 11:28

쌉니다 천리마마트 (사진=tvN)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 박호산이 계략을 꾸밀 때마다 호감도가 상승하는 기현상을 낳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tvN 불금시리즈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 DM그룹 전무 권영구(박호산)는 1인자를 꿈꿨고, 그래서 DM그룹 이사였던 정복동(김병철)과 대립했다. 천리마마트에 자신이 저지른 비리를 정복동이 알아낼까 두려워 첩자를 심어놓기도 하고, 직접 문제가 될 만한 서류들을 몰래 빼오기도 했다. 즉 온갖 권모술수를 일삼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복동을 견제하는 인물이다.

이 드라마의 대표 악역이지만, 밉기는커녕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먼저 그의 풍부한(?) 표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권영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그니처 표정이 있으니, 바로 인상을 쓰며 한쪽 눈을 찡그리는 것. 주로 문석구(이동휘)가 황당한 이야기를 할 때면, 말은 없어지고 이 표정을 지으며 째려보는데, 문석구는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꼬리를 내린다. 진지한 대화 속에 툭 튀어나오는 이 시그니처 표정 때문에 웃음이 터지는 것.

거기다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취미는 반전이다. 그가 정복동 감시만큼 신경 쓰고 것이 바로 화초 관리. 앙증맞은 열매를 달고 있는 작은 낑깡나무를 늘 금이야 옥이야 닦는 모습이 의외의 귀여움을 뿜어낸다. 이외에도 목욕 후 거울 앞에서 두툼한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화장품을 바르는가 하면, 몰래 자료보관실에 잠입했을 땐 보안 레이저 광선을 피하기 위해 마치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유연함을 자랑했다. 마초 같은 외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 섬세함이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중후한 목소리로 구사하는 찰진 비유는 매력의 정점을 찍는다. 자꾸만 되묻는 문석구에게 “돌림노래 좋아해? 왜 같은 말을 두 번씩 하게 하지?”라더니, 이번엔 문석구가 정복동의 화장실 출입 시간을 늘어놓자 “돌림노래 하지 말랬더니 판소리를 해?”란다. 정복동을 배신하란 의미를 문석구가 이해하지 못하자, “귓구멍에 슬라임을 박아놨어”라고 일침했다. 시청자들에겐 귀에 쏙쏙 박히는 비유다.

“싱크로율 100%”라며 호평 받는 박호산의 찰떡같은 연기가 더해져, 보통 드라마 같았으면 분노를 유발할 대기업 중역의 계략도 귀여워 보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매력부자 권영구. 정복동과의 본격적인 대립이 시작되니,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한편 ‘쌉니다 천리마마트’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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