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사진)는 이런 경향을 ‘멀티 페르소나’라고 칭했다.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0>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내년 소비 트렌드를 ‘멀티 페르소나’를 포함한 열 가지 키워드의 앞글자를 따 ‘마이티 마이스(MIGHTY MICE)’로 요약했다. 여기에 내년이 쥐띠 해인 만큼 쥐는 작은 동물이지만 힘을 합치면 위기를 극복하고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담았다.
2004년 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설립한 김 교수는 센터 연구원들과 함께 2008년부터 해마다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을 발간해오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뿐 아니라 조직 관리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멀티 페르소나도 ‘양극화’가 아니라 ‘양면적 소비’의 등장, 출신 및 연줄이 아니라 욕망과 취미로 자신을 규정하는 세대, ‘강한 유대’를 부담스러워하는 대신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는 현상을 설명해준다.
‘라스트핏 이코노미’라는 개념도 눈길을 끈다. 라스트핏은 최종적인 만족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소비자는 상품이 주는 객관적 가치보다 배송을 받고 포장을 뜯는 ‘마지막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주관적인 만족을 더 중시한다”며 “라스트핏이 제품 경쟁력만큼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트렌드인 ‘페어 플레이어(공정성에 대한 열망)’는 조직 문화의 변화, 소비자의 기업 활동에 대한 간섭 강화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김 교수는 “대학 수업의 평가 방식에서도 예전엔 조별 과제를 선호했지만 요즘은 모든 학생이 개별 시험을 원한다”며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내 성과를 공정하게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조직 구성 형태뿐 아니라 ‘착한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형성하는 ‘팬덤’ 등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김 교수는 열 번째 트렌드로 꼽은 ‘업글(업그레이드) 인간’도 중요한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업그레이드’는 ‘스펙’과 차이가 있다. 스펙이 타인지향적이고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업그레이드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나의 성장을 뜻한다. 김 교수는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승진보다 성장을 중시한다”며 “내가 ‘어떤 존재’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책이 제시하는 트렌드를 꿰뚫는 세 축은 세분화, 양면성, 성장이다. 다양한 소비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최근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화두들이다. 김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사회의 역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쏠림이 심해지고 부정적인 가치관도 너무 빨리 확산되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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