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사진)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25일 시작된다.
지난 8월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에 대한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을 되돌려보낸 지 약 두 달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변호인단과 함께 재판이 열리는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했다. 준비기일이 아닌 공판기일인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나왔다. 이 부회장은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짧게 얘기한 뒤 재판장으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지난해 2월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후 627일 만이다.
이 부회장 사건을 다룰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다스 비자금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도 맡고 있다. 정 부장판사는 올 3월 이 전 대통령 측이 신청한 보석을 받아들여 석방한 바 있다.
파기환송심 쟁점은 재판부에서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돌려보낸 뇌물액을 얼마나 인정하느냐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단대로 뇌물액이 인정될 경우 실형 선고를 피하기 어렵단 예상이 우세하다. 대법원이 판단한대로 말 3마리 구입비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까지 뇌물로 보면 총액은 86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항소심이 인정한 뇌물액은 36억원이었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 측에 건넨 자금은 회삿돈이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 50억원 이상 조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 요구에 따른 지원이었다는 점 등을 집중 부각해 작량감경을 노릴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대법원은 이 부회장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묵시적 청탁에 대한 대가성 뇌물 70억원을 인정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 요구에 응답한 '소극적 뇌물'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뇌물의 유·무죄를 다투기보단 박 전 대통령 요구에 따른 지원이었다는 점 등 정상참작을 통해 집행유예를 유지해 달라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재산국외도피죄(50억원 이상일 경우 10년 이상 징역)가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된 터라, 이 케이스가 적용되면 이 부회장도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의 경우 가능하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