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노후화된 장비를 바꾸지 못해 언제 어디서 통신장애가 터질지 몰라 불안하다. 2G 통신대란을 막기 위해 올해 초 “2G 서비스를 연말에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선뜻 ‘종료 선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아직 2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60만여 명의 가입자 때문이다.
“통신대란 막아라” TF 만든 SKT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3월 ‘2G 통신망 비상운영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2G 통신장애 위험이 커지자 이에 긴급 대처하기 위한 팀을 구성했다. TF장인 강종렬 ICT인프라센터장을 비롯한 총 40여 명의 인력이 포함됐다.
SK텔레콤의 2G 통신장비 고장 건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G 교환기 월평균 고장 건수는 2017년 8.8건에서 올해 20.2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기지국중계기 월평균 고장 건수도 2017년 1549건에서 올해 2597건으로 크게 늘었다.
SK텔레콤은 통신장애를 막기 위해 예비 장비 확보에 나섰다. 물자 창고의 철거품을 조사하고, 경쟁사인 KT에 문의하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G 통신장비와 부품 수급이 어려워 대규모 통신장애와 장기간 서비스 중단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예비 장비 소진 시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부터는 정상적인 2G 서비스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011 계속 쓰겠다” 반발하는 가입자
SK텔레콤은 올해 초 2G 서비스 종료 계획과 함께 2G 가입자를 3G·4G·5G 가입자로 전환하기 위한 혜택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2G 가입자가 서비스를 바꾸면 스마트폰 구매 비용을 지원해주고, 요금을 할인해준다.
하지만 ‘011’ 번호에 애착이 강한 이용자들은 2G 서비스 종료에 반발하고 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란 카페를 만들고, 01X(011·016·017·018·019) 번호를 계속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KT도 2012년 초 2G 서비스 종료 당시 가입자의 반발이 거셌다. 2년여간 소송전도 치렀다.
주파수와 번호 자원 등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2G 서비스를 끝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엔 주파수와 번호 자원이 훨씬 많이 필요하다. 2G 서비스를 종료하면 01X 번호를 IoT 장비 번호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이유로 3세대 이상 서비스에서 010 번호만 쓰도록 했다. 미국 AT&T와 일본 NTT도코모 등 세계 주요 통신사는 한정된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미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전체 통신 회선의 0.9%에 불과한 2G 가입 회선을 유지하기 위해 주파수와 01X 번호 등 한정된 국가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며 과기정통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엄열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2G 서비스 종료에 대해 “이용자 보호와 국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등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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