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58·사진)은 25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한 것도 알고 그의 가족 내력까지 공부했지만 그의 성격을 창의적으로 이해하거나 상상하기 너무 어려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간 장편소설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열린책들)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요나손은 “나 역시 스위스에서 살아봤지만, ‘스위스인의 면모를 가진 동시에 저렇게 폐쇄적 국가의 수장으로 사는 게 가능할까’하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기 어려웠다”며 “그에 대한 책 속 내용 대부분이 허구인 게 다행스럽다”고 했다.
신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은 2009년 출간 당시 인구 1000만명인 스웨덴에서만 120만부가 팔리는 등 세계 35개국에서 1000만부 이상 판매된 데뷔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의 후속작이다. 전반부는 북한을 무대로 시작한다. 알란 칼손이란 노인이 자신의 101세 생일날에 열기구를 탔다가 조난을 당한 뒤 농축우라늄을 몰래 운반하던 북한 화물선에 의해 구조된다. 자신이 핵무기 전문가라고 거짓말을 한 칼손은 북한으로 끌려가 김정은과 핵 군축을 논하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열강 지도자들과 만나 핵과 난민 문제 등을 이야기한다. 국제 정치의 여러 문제들 가운데 왜 하필 ‘북핵’에 초점을 맞췄을까. 그는 “책 대부분을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에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비난 글을 올리던 2017년에 썼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거동하기 힘든 101세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했다. 요나손은 “20세기에 존재했던 사건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싶었고, 그러려면 이 전체를 가이드해 줄 캐릭터가 필요했다”며 “20세기 전반에 일어난 사건을 보려면 그 기간을 살았던 사람이어야 했고 그렇게 칼손이란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작에서 칼손은 주로 스탈린, 마오쩌둥, 트루먼 등 이미 사망해 역사적 평가를 받은 지도자들을 조롱했던 반면 신작에선 김정은, 트럼프, 메르켈 등 현직 정치지도자들을 풍자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국가 지도자들이라면 어느정도 놀림을 감수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을 올려다보는 입장이 아닌 내려다 보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자 출신으로 OTW라는 미디어기업을 운영하다 매각한 뒤 스위스에서 전업 소설가가 된 그는 첫 작품의 판매 목표를 3000부로 잡았다. 정작 책이 나오자 독일에서만 하루 7000부가 팔리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소설을 쓰면서 유럽과 북미 사람들이 자신들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에 부끄럽게 생각했어요.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계기죠. 다음 작품은 미술사를 확 뒤엎을 작품이 될 겁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아직 접하지 못한 한국 문학 작품들을 꼭 읽어볼 예정입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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