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베스트셀러 작가 요나스 요나손 "101세 노인 알란 칼손, 이번엔 김정은과 트럼프 조롱했죠"

입력 2019-10-27 17:35   수정 2019-10-2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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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두가지 요소가 더 있다면 이 세계가 더 좋아졌을 거라 생각해요. 바로 ‘유머’와 ‘자기 객관화 능력’이죠. 오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백마를 타는 사진을 봤는데 자기 객관화를 잘하고 있는 사람 같진 않아 보였어요.”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58·사진)은 25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한 것도 알고 그의 가족 내력까지 공부했지만 그의 성격을 창의적으로 이해하거나 상상하기 너무 어려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간 장편소설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열린책들)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요나손은 “나 역시 스위스에서 살아봤지만, ‘스위스인의 면모를 가진 동시에 저렇게 폐쇄적 국가의 수장으로 사는 게 가능할까’하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기 어려웠다”며 “그에 대한 책 속 내용 대부분이 허구인 게 다행스럽다”고 했다.

신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은 2009년 출간 당시 인구 1000만명인 스웨덴에서만 120만부가 팔리는 등 세계 35개국에서 1000만부 이상 판매된 데뷔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의 후속작이다. 전반부는 북한을 무대로 시작한다. 알란 칼손이란 노인이 자신의 101세 생일날에 열기구를 탔다가 조난을 당한 뒤 농축우라늄을 몰래 운반하던 북한 화물선에 의해 구조된다. 자신이 핵무기 전문가라고 거짓말을 한 칼손은 북한으로 끌려가 김정은과 핵 군축을 논하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열강 지도자들과 만나 핵과 난민 문제 등을 이야기한다. 국제 정치의 여러 문제들 가운데 왜 하필 ‘북핵’에 초점을 맞췄을까. 그는 “책 대부분을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에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비난 글을 올리던 2017년에 썼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거동하기 힘든 101세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했다. 요나손은 “20세기에 존재했던 사건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싶었고, 그러려면 이 전체를 가이드해 줄 캐릭터가 필요했다”며 “20세기 전반에 일어난 사건을 보려면 그 기간을 살았던 사람이어야 했고 그렇게 칼손이란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작에서 칼손은 주로 스탈린, 마오쩌둥, 트루먼 등 이미 사망해 역사적 평가를 받은 지도자들을 조롱했던 반면 신작에선 김정은, 트럼프, 메르켈 등 현직 정치지도자들을 풍자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국가 지도자들이라면 어느정도 놀림을 감수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을 올려다보는 입장이 아닌 내려다 보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자 출신으로 OTW라는 미디어기업을 운영하다 매각한 뒤 스위스에서 전업 소설가가 된 그는 첫 작품의 판매 목표를 3000부로 잡았다. 정작 책이 나오자 독일에서만 하루 7000부가 팔리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소설을 쓰면서 유럽과 북미 사람들이 자신들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에 부끄럽게 생각했어요.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계기죠. 다음 작품은 미술사를 확 뒤엎을 작품이 될 겁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아직 접하지 못한 한국 문학 작품들을 꼭 읽어볼 예정입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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