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뒷태 몰카 무죄→'일상복vs민망' 패션 논란 번져

입력 2019-10-28 13:51   수정 2019-10-28 13:52


레깅스를 입고 있던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찍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판결에 대한 논란이 레깅스 패션으로 번졌다.

28일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오원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같은 버스를 타고 있던 여성 B 씨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 동안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다. 원심에서는 A 씨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도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 씨는 형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어 피해자가 '몰카'로 인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2016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피해자의 신체부위가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와 노출 정도였는지 고려했고, "피해자의 신체 노출 부위가 많지 않은 점, 촬영 각도가 일반적인 사람의 시선인 점, 디지털 포렌식을 거친 휴대전화에서 추가 입건대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기는 했으나, 이 같은 사실이 불쾌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원심이 이번 사건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촬영한 신체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인지에 대한 법리 내지 사실을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판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몰카'에 대한 담론이 아닌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볼 수 있는지로 논란이 번졌다.

최근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룩의 유행으로 몸매가 드러나는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입는 추세다. '애슬래틱 (Atheletic)' 과 '레저 (Leisure)' 의 합성어인 애슬레저룩에서 레깅스는 대표주자로 꼽힌다. 요가 강사가 론칭했다는 한 레깅스 브랜드는 올해 800억 원 매출을 예상한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애슬레저룩이 일상이었던 해외에서는 레깅스 패션이 일상이 됐다. 미국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2017년 레깅스 수입량은 2억 장을 넘기며 사상 처음으로 청바지 수입량을 제쳤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레깅스를 소비 패턴을 반영하는 물가 상승 지표에 추가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레깅스에 대해 "민망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출은 없지만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레깅스를 보는 것이 민망하다는 것. 실제로 클라라의 경우 야구복 무늬의 레깅스만 입고 시구에 나서 단숨에 섹시 스타로 등극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레깅스에 대한 선정성 논란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인디애나주 한 대학 신문에는 "네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라고 밝힌 인물이 쓴 "여학생들은 레깅스를 입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 9월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레깅스를 입고 등교한 여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과 학교의 갈등이 빚어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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