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유전 탐내는 트럼프 "美 정유사 진출시키겠다"

입력 2019-10-28 14:49   수정 2019-10-29 01:32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수괴가 미군 공격에 사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유전에 엑손모빌 등 미국 정유회사를 진출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IS의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기자회견에서 “엑손모빌 등 훌륭한 미국 기업이 진출해 제대로 (유전을) 개발하도록 협의할까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동부 유전은 쿠르드족 주력인 시리아민주군(SDF) 관할 아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유전은 그간 IS의 돈줄이었다”며 “(미국이 유전을 개발하면) 쿠르드족에도 도움이 되고, 미국도 나름의 몫을 챙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시리아 동부 유전 인근에 미군 병력을 늘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6일 이라크 북부에서 출발한 미군 병력 약 800~1000명이 시리아 동부 데이르 알주르 지역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SDF와 함께 IS 잔당 등으로부터 유전을 보호하는 게 임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서 역내 갈등에 ‘불개입 선언’을 하고 미군 철군에 착수한 것과는 대조된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유전을 미국의 국부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알바그다디 사망에도 IS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알바그다디는 지난 8월 이미 투르크족 출신 이라크인 압둘라 카르다시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에서 장교로 복무한 카르다시는 그간 건강 문제를 겪던 알바그다디를 대신해 IS 운영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새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창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마르완 비샤라 알자지라 선임 정치애널리스트는 “중동 일대에선 이미 제2의 IS가 생겨나고 있다”며 “이들은 IS처럼 일정 규모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서 극단주의적 가치관만 공유하는 점조직형 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IS는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 등의 정치·군사·외교적 혼란 때문에 생겨났다”며 “이런 혼란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역내 무장세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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