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기업활동 자극하는 정책이어야

입력 2019-10-28 18:15   수정 2019-10-2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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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4%다. 올 1분기 성장률은 -0.4%, 2분기는 1.0%로,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1%대를 기록할 것 같다. 2차 오일쇼크 영향을 받은 1980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1998년과 2009년을 제외하고 1962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설비투자가 줄고,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등 기업의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해외로 빠져 나가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를 잃어 실업급여로 생계를 잇는 사람이 대폭 증가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이 양적·질적으로 뚜렷한 회복세”라고 하고, “우리 경제의 견실함은 세계가 높이 평가한다”고 한다.

안데르센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착한 눈’으로 보면 벌거벗은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보이듯 이념의 눈으로 보면 기업의 경제활동이 줄고,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고통받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보다. 동화에서는 “임금님이 벌거벗었네”라고 외치는 어린아이 목소리에 임금은 잘못됐음을 깨닫지만 현실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게 문제다.

우리 경제가 이처럼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적 이념에 집착해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들 때문이다. 공정, 정의, 평등, 격차 해소를 표방한 ‘착한’ 이념에 따라 탈(脫)원전, 최저임금 대폭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그 외에 기업 활동을 옥죄는 수많은 규제를 밀어붙인 결과다.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니고 수단과 방법이다. 잘못된 수단과 방법은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가 의도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 정의, 평등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더 커졌다. 빈곤층 근로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소득 격차도 더 커졌다.

국민들의 물질적 복리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을 늘리고 개선하는 일이다. 그것은 새로운 자본의 축적과 생산기술 방법의 개선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채 아무리 금리를 낮춰 통화량을 늘리고 재정을 투입해도 경제는 결코 살아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의 남미 국가들은 물론이고 과거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에서도 경험한 사실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그 길을 가고 있다. 국민 복리를 늘릴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은 하지 않은 채 돈만 풀어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한은이 최근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인하한 것은 물론이고, 정부의 재정 지출도 더 늘리겠다고 한다. 지난 2년 동안 적극적으로 재정 확대를 했지만 경제가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내년 확장 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 것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통화는 재화와 서비스 교환의 매개체이지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자본이 아니다. 따라서 통화량을 늘린다고 해서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 통화량을 늘리면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증가했다는 환상만 만들 뿐이다. 이런 환상 때문에 일시적으로 생산이 증가하고 실업이 감소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것이 환상 속에서 저지른 잘못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경제가 추락한다.

정부의 재정 지출이 경제성장에 해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대부분 조세를 통해 부를 창출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으로부터 자원을 걷어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거나 정치적 목적에 사용한다. 정부의 지출 행위가 많아질수록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가 커짐은 물론이다. 그래서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지출을 늘릴수록 경제는 쇠퇴한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이념에서 벗어나 하루라도 빨리 잘못된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생산의 주체인 기업과 기업가의 활동을 자극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경제가 ‘벌거숭이’가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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