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EY한영에 따르면 최근 자산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인 중견기업 144곳의 회계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준비를 마친 기업은 10%(14곳)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의 반 가까이가 개선 작업을 진행 중(47%)이고, 12%는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영향을 분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내부회계관리제도와 관련한 시스템 구축을 시작하지 않은 기업도 16%나 됐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견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기업 수가 내년에 급증하고 적용도 임박했지만, 막상 준비 속도는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新)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도입되면서 기업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검증 수준이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됐다. 올 1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기업 160곳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감사를 받게 됐다. 내년부터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대상 기업이 자산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인 상장기업 246곳(지난해 재무제표 기준 추정치)으로 확대 적용된다. 2022년부터는 자산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 2023년부터는 1000억원 미만 상장기업이 추가된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의견이 ‘비적정’이면 한국거래소가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2년 연속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중견기업들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와 관련한 조직을 두는 데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에서 감사 혹은 감사위원회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독을 지원하는 별도 조직이 있거나 해당 조직의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한 기업은 전체 응답의 33%에 그쳤다. 감사 혹은 감사위원회가 내부회계관리제도 지원조직에 대한 인사권 및 성과 평가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응답도 55%에 달했다.
실무자들은 당장 일손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설문 응답자 중 60%(복수응답 가능)가 새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운영할 때 예상되는 어려움으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경영진의 인식 부족(45%), 현업 부서와의 의사소통(4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설문 응답자의 49%가 감사를 받을 때 가장 우려되는 요인이 경영진의 검토 통제라고 봤다. 정보기술(IT) 통제(43%)를 꼽은 실무자도 적지 않았다.
박용근 EY한영 감사본부장은 “올해부터 새로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적용 중인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제는 최고재무책임자(CFO)뿐만 아니라 경영진과 이사회, 주주들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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