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평가 안 받는 수소발전소…주민 반발에 곳곳 '마찰'

입력 2019-10-29 17:19   수정 2019-10-30 03:21

문재인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수소연료전지발전소 확대정책이 삐걱거리고 있다. 수소전지발전소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지역 주민과 사업자가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전지발전소가 표방하는 중소형·도심형 발전소는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허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동의 없는 발전소 절대 불가

29일 인천 송림동 수소전지발전소 건설 현장의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주민과 사업자 측이 발전소 건립을 두고 10개월째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부터 사업자가 공사를 시작했지만, 주민들이 천막 농성에 나서면서 공사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2020년 6월까지 인근 9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용량 39.6메가와트(㎿)급 발전소를 세우겠다는 당초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김효진 인천 동구 수소전지발전소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떤 위해물질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발전소를 대규모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있는 곳에 건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소전지발전소를 둘러싼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발전소 설립을 추진 중인 인천 송도, 경기 남양주·화성, 강원 강릉·횡성, 대전 유성, 충북 옥천 등 10여 개 지역에선 발전소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이 중 일부는 지난달 25일 수소전지발전소 반대 전국행동을 발족하며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안전성이다. 김종호 전국행동 공동대표는 “도심과 주택가 주변에 수소전지발전소가 설립돼 가동된 지는 길어야 6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안전성을 확인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기간”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지난 5월 강릉과학산업단지 수소탱크 폭발 등 수소기반시설의 연이은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와 2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수소전지발전소를 세운다는데 반대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환경영향평가로 의견 수렴해야

정부는 친환경·분산형 전원인 수소전지발전소를 공격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307㎿인 국내 수소전지발전 용량을 2040년까지 8000㎿로 26배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수소전지발전소의 안전성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고 있다. 수소는 가연성 및 폭발성 가스지만, 대기보다 14배나 가볍기 때문에 대기 중으로 누출되면 빠르게 흩어지는 데다 발화점이 섭씨 500도 이상으로 석유류보다 200도 이상 높아 쉽게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홍성안 광주과학기술원 융합기술학제학부 석좌교수는 “사람들이 수소 하면 수소폭탄 등을 떠올리며 무서워하는데, 수소와 폭탄에 쓰이는 삼중수소는 전혀 다른 물질”이라며 “미국 화학공학회도 수소의 위험도를 1로 했을 때 가솔린은 1.44, LPG(프로판)는 1.22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선 100㎿ 이상 발전 용량의 대형 발전소만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한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국에서 가동 중인 수소전지발전소 가운데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세워진 곳은 전무하다. 수소전지발전소 모두 환경영향평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9월 수소전지발전소 인허가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필수적으로 거치게 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한 바 있다.

김종호 대표는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의견 수렴 절차와 환경영향평가가 발전소 인허가 전에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을 낮추고 주민 수용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신/인천=강준완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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