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미 “악보에 없는 악상도 읽어내야”
“비브라토(음을 가늘게 떨어서 내는 기법)는 더 생동감 있게, 소리는 좀 더 밀착해서 표현해야 해.” “악보에 쓰여 있지 않은 미세한 악상도 읽을 줄 알아야지.” 조곤조곤한 말투는 차분하지만 예리하게 와서 박혔다. 직접 연주해 보이고, 깊숙이 악보를 더듬으니 학생들의 집중력도 흐트러질 틈이 없었다. 김다미는 자신이 미국에서 공부할 때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은 과정도 진솔하게 들려줬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그땐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느낌 그 자체가 아니라 근거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커티스음악원으로 진학한 김다미는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린다. 2010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2011년 나고야 무네츠구 콩쿠르와 2012년 하노버 콩쿠르에선 1위에 올랐다. 그는 “무대에 더 많이 서고 싶어 콩쿠르에 나갔고 그 후로 자연스럽게 연주 기회가 주어졌다”며 “목표를 정하고 그걸 쟁취하기 위해 달리기보다 닥치는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2015년 여름 세계적인 클래식 축제 루체른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리사이틀 데뷔를 마친 그는 뉴욕주립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내년 상반기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하반기엔 독주회를 계획하고 있다. 2016년 ‘바로크&판타지’란 제목으로 독주회를 연 그는 지난해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슈만 작품들로 듀오 리사이틀을 했다. 김다미는 “미국에서 오래 공부했고 힘들었던 박사 과정도 끝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 작곡가들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다음달 19일 ‘한경닷컴 가을 음악회’에서 협연 무대에 선다. 홍석원 한경필 예술감독 지휘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가 추구하는 음악 세계를 물어봤다. “지나치게 표면적이지도, 너무 깊게 파고들지도 않으면서 현재에 충실한 연주를 하고 싶어요. 30대로 접어든 제 나이에 맞는 그런 음악을요.”
황수미 “노래할 때 의미 있게 숨을 쉬어야”
“소리는 너무 예쁜데 단어의 뜻을 정확히 모르고 있으니 색이 죽어.” “숨을 너무 많이 쉬는데, 숨을 쉴 거면 의미 있는 숨을 쉬어야 해.” “마스터 클래스는 이번이 처음”이라던 말이 무색했다. 황수미는 누구보다 꼼꼼하게 지적했고 노련하게 지도했다. “모든 답은 악보에 있다”며 발음부터 억양과 강세까지 세심하게 짚어갔다.
그는 서울대 음대 졸업 후 대학원까지 마친 뒤 독일 뮌헨 국립음대로 공부하러 떠났다. 황수미는 “성악으로 유학을 가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었다”며 “대학원생일 때 많은 콩쿠르에 출전했고 상금으로 유학 자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발성법이나 기교에 있어서는 국내 교수진 수준이 높다”며 “유학의 목적은 언어와 뉘앙스, 문화를 익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설 무대가 줄어들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에게는 “국내는 물론 해외도 치열하고 생존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음악을 업으로 삼아도 될 만큼의 재능이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러 친숙해진 황수미는 2014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일찌감치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독일 본 극장 소속 가수로 ‘마술피리’ 파미나, ‘피델리오’의 마르첼리네, ‘투란도트’의 류 등으로 무대에 섰다. 지난해 황수미는 4년간 몸담았던 극장을 떠났다. “예술가라는 직업이 그렇잖아요.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면서 단련해야 하는데 편안하게 안주하긴 싫었습니다. 다시 야생에 저를 던져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었죠.”
안정적으로 들어오던 월급은 끊겼지만 유럽 투어 일정을 짜고 음반 녹음도 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채워 가고 있다. 최근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의 반주로 도이체그라모폰(DG) 데뷔 앨범을 냈고 지난 25일 LG아트센터에서 독주회도 열었다. 내년에도 유럽을 중심을 활동하고 하반기에는 대구에서 ‘돈 조반니’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 “늘 그리워하고 꿈꿔 온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스스로 재정비하는 시간도 갖고요. 그동안 마스터 클래스 제안이 와도 부담스러워 거절했지만 앞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응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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