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장세'…멀티에셋·EMP 펀드가 답이네

입력 2019-10-29 17:25   수정 2019-10-30 02:51

해외 주식, 채권, 리츠(RIETs·부동산투자회사), 인프라 등에 분산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들에 돈이 몰리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자문 포트폴리오(EMP)펀드, 멀티에셋펀드, 글로벌 자산배분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는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이로 인해 분산 투자로 리스크(위험)를 줄이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주식부터 리츠까지 골고루 담아

29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조사 대상 41개 멀티에셋펀드에는 3441억원이 들어왔다. 최근 1개월간 552억원, 3개월간 1538억원, 6개월간 3012억원 등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전체 설정액 규모는 7013억원으로, 연초 이후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올해 가치주펀드(-1조89억원), 배당주펀드(-3913억원), 공모주펀드(-1646억원) 등 주식에만 투자하는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멀티에셋펀드는 ‘비빔밥’에 비유할 만하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 리츠, 인프라자산 등에 자산의 절반을 배분하고 글로벌 주식, 원자재 등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나머지를 투자하는 전략을 쓴다. 지역적으로도 다양한 국가의 자산에 골고루 투자해 리스크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멀티에셋펀드는 연 4~5% 수익을 목표로 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 투자자들은 고수익 상품보다 매년 ‘은행이자+α’ 수준의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펀드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멀티에셋펀드 등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수익률은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훨씬 높다. 멀티에셋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0.22%다.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1.93%)을 8.29%포인트 웃돈다. 개별 상품 중 ‘KB글로벌멀티에셋인컴(올해 수익률 13.21%)’ ‘하이글로벌멀티에셋70(12.62%)’ ‘슈로더아시안에셋인컴(10.60%)’ ‘블랙록글로벌멀티에셋인컴(10.56%)’ 등이 10% 이상 고수익을 냈다.

“EMP 퇴직연금 투자에 적합”

EMP펀드에도 올해 1536억원이 순유입됐다. EMP펀드는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 배분해 포트폴리오를 짠다. 멀티에셋펀드가 주식, 채권, 실물자산 등에 투자한다면 EMP펀드는 ETF에 투자해 돈을 불린다. ETF 자체도 여러 종류의 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여기에 재간접 투자하는 EMP펀드는 ‘초분산투자’ 상품으로 분류된다.

과거 EMP펀드는 기관투자가의 전유물이었다. 운용사들이 일임형이나 사모 형태로 기관 자금을 받아 EMP펀드를 운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들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ETF 상품의 종류와 운용 전략이 다양해지면서 전문 운용 능력을 갖춘 펀드매니저에게 자산을 맡기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도 공모형 EMP펀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글로벌 주식형 ETF에 분산 투자하는 ‘이스트스프링글로벌스마트베타EMP’는 올해 수익률이 24.42%에 달한다. 비슷한 전략을 쓰는 ‘KB글로벌주식솔루션’도 올 들어 19.01% 수익을 냈다. ‘삼성EMP리얼리턴플러스’는 15.55%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 상품은 블랙록, 뱅가드, 스파이더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ETF에 자산의 60%를 투자한다.

그 밖에 해외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자산배분펀드, 다양한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김기덕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EMP펀드는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수수료가 낮아 퇴직연금 등 중장기 투자 목적의 포트폴리오를 짤 때 유리하다”며 “담고 있는 ETF에 따라 수익률과 안정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떤 상품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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