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후보물질의 30% 정도는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주요 성분이 물에 녹지 않아 제품화에 실패합니다.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이중나노미셀 기술로 난용성을 극복해 항암제의 개발 폭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박영환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경기 성남시 판교연구소에서 “난소암 치료제 파클리탁셀 주사제인 탁솔은 한 병에 29만원이지만 아브락산은 나노 기술로 효율을 높여 140만원에 팔리는 등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이중나노미셀이라는 선도적 기술을 활용해 세포독성항암제 시장의 선도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나노기술 기반 항암제 개발
2017년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를 창업한 박 대표는 한미약품, CJ제일제당 종합기술원 등에서 연구, 임상, 허가, 품질관리 등 신약 개발의 전 분야를 경험한 약리학·약동학 전문가다. 한미약품에선 경구용 파클리탁셀인 오락솔 개발에도 참여했다.
연구 단계에서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박 대표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물의 허가·상업화 성공 가능성을 먼저 따진다.
대표 파이프라인 ‘SNB-101’은 이리노테칸 계열 항암제를 나노입자화해 전달성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 개량신약이다. 이 회사의 독자 기술인 이중나노미셀 기술이 적용됐다. 세포독성항암제를 주사로 투여하기 위해선 약물을 녹여야 한다. 계면활성제를 사용하면 너무 많이 녹아 암세포는 물론 정상 세포까지 전달돼 투여량에 비해 공격 효과가 떨어진다. 나노 기술을 활용하면 정상 세포에는 덜 들어가고 암세포에는 더 많이 들어가 기존 항암제 대비 3~4배까지 투여량을 늘릴 수 있다.
나노 기술을 상업화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나노 바이오 기술이 연구소 단계에서 멈춘 것은 대량 생산 시험 단계에서 적정 범위를 넘어선 입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약물이 제대로 녹지 않으면 혈관을 막을 수 있다. 박 대표는 “이중나노미셀 기술은 약물을 적정 사이즈로 녹게 해서 혈관에는 영향 없이 암세포에 정확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SNB-101은 직장결장암, 췌장암, 위암 등에 대한 전임상 단계에서 기존 항암제보다 세 배 이상 암세포 크기를 줄이는 효과를 발견했다. 내년 중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한다. 박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미팅에서 긍정적인 답을 얻어 고무적”이라며 “췌장암, 폐암 등 다양한 암종 가운데 적응증을 정해 2상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물에 잘 녹는 성질을 지닌 리포좀을 활용한 약물전달기술로 췌장암, 난소암 등의 적응증을 가진 파이프라인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
내년 미국서 임상 1상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월 태양광 기업 OCI가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함께 주목받았다. OCI는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에 50억원을 투자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박 대표는 “OCI는 나노 바이오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업이어서 상호 교감이 잘 이뤄졌다”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양사 간 기술 협력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총 7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1분기까지 100억원을 더 투자받을 계획이다. 이 자금은 SNB-101의 미국 임상과 나머지 파이프라인의 전임상에 투자한다. 박 대표는 “지난번 투자 유치 때 밝힌 R&D 계획을 지켜 나가고 있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며 “투자 희망 금액이 늘어날 경우 150억원까지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공개 시점은 SNB-101의 라이선스 아웃이 이뤄지는 2022년으로 잡고 있다. 박 대표는 “기술특례 상장을 우선하되 시점에 맞춰 성장성 특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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