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사령탑’을 1년 만에 전격 교체했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56·부사장)을 중국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 임명해 지휘봉을 맡겼다. 이 사장은 ‘중국 중장기 전략 태스크포스팀(TFT)’도 이끈다. “오랫동안 위기에 빠진 현대·기아차의 중국 사업을 구하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특명’이 반영된 인사다. 신임 이 사장은 1일 곧바로 중국으로 떠난다. ‘차이나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존 전략을 다시 짜는 게 그의 임무가 될 전망이다.
▶본지 10월 4일자 A1, 4면 참조
“중국 생산·판매 현황 전면 재검토”
현대차그룹은 31일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에 이 사장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감각과 리더십을 갖춘 인사를 중국사업총괄에 임명해 급변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신임 이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해외사업통’으로 꼽힌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현대차 영국판매법인장과 수출지원실장, 브랜드전략팀장, 해외정책팀장 등을 거쳤다. 2016년 10월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을 맡아 3년간 내수 시장을 책임졌다. 그랜저와 싼타페, G70 등 성공적 신차 출시와 차별화된 마케팅 등을 통해 브랜드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사장의 첫 임무는 바닥으로 떨어진 중국 시장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릴 ‘비책’을 찾는 것이다. 중국 TFT 가동을 통해 현지 자동차 수요 예측을 다시 하고 생산·판매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지, 아니면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신차를 내놓고 ‘승부’를 볼지도 판단해야 한다. 이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라며 “위기에 빠진 중국 사업장을 무조건 살려내기 위한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중국 R&D 수장도 바꿔
현대차그룹은 중국 연구개발(R&D) 수장도 바꿨다. 폭스바겐 중국 연구개발(R&D) 담당 임원을 지낸 스벤 파투쉬카(48)를 현대·기아차 중국기술연구소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독일 다름슈타트공대 출신으로, 최근까지 폭스바겐 중국 R&D 담당을 맡아 상하이폭스바겐의 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사업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잇따라 조직 개편과 쇄신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고문을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키는 등 중국 사업 관련 경영진을 대거 바꿨다. 올 들어 국내에 있던 중국 사업 담당 임직원을 모두 현지에 전진 배치했다. 최근엔 핵심 인력 15명을 모아 중국 중장기 전략 TFT를 꾸리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차이나 쇼크’에 빠져 있다. 올 들어 감산에 나섰지만, 판매량 감소로 계속 고전 중이다. 두 회사의 올 1~9월 중국 판매량은 66만863대로 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작년 같은 기간(80만3533대)보다도 17.8% 급감했다.
신임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은 장재훈 경영지원본부장(55·부사장)이 겸직한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온 장 부사장은 현대·기아차 생산개발기획사업부장, HR사업부장 등을 지냈다. 올 들어 현대차의 인사 및 조직 문화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사업을 총괄해온 이병호 사장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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