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되는 소비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소비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2.2% 줄었다. 2017년 12월(-2.4%) 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소매판매는 지난 8월 3.9% 증가해 8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가 9월에 다시 감소로 전환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추석은 9월 13일로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일렀다”며 “한 달 전인 8월에 음식료품을 선구매한 기저효과로 비내구재 소매판매가 2.5%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이은 태풍과 고온 등 날씨 요인으로 간절기 의류 판매가 줄면서 준내구재 판매도 3.6%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내구재 판매 역시 0.1% 줄었다.
소비심리가 악화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0.04%를 기록해 역대 처음 마이너스로 반전했고, 9월에는 -0.45%로 심화됐다. 10월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1.7%로 2002년 2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저치였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1년간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예상한 수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상보다 소비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소비 침체에 대응하려면 돈 있는 사람들이 소비를 더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제조업 생산능력 최대폭 하락
소비 침체는 생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9월 전(全)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4% 줄었다. 6월 -0.7%에서 7월(1.6%)과 8월(0.2%) 플러스 전환했다가 석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사업체가 정상적인 조업 환경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량을 뜻하는 제조업 생산능력은 전년 동월 대비 2.2% 감소해 1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장기간 하락세이자, 최대 하락 폭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 생산이 줄고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은 게 반영돼 감소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재고는 전달보다 1.2% 늘었고, 출하는 0.5% 증가했다. 제조업의 재고율(재고/출하)은 113.7%로 전월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포함한 산업용 기계 투자가 증가하면서 전월보다 2.9% 증가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보합세를 보였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감소하는 것은 현재도 안 좋지만 앞으로도 전망이 어둡다는 의미”라며 “투자의 경우 그동안 워낙 크게 떨어져 있던 상황이라 기저효과 때문에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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