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의문 보낸 다음날 발사체 도발…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에 '찬물'

입력 2019-10-31 19:25   수정 2019-11-01 01:54


북한이 31일 오후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두 발을 쐈다. 전날 판문점에서 모친상을 당한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달한 지 하루 만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 지지부진한 미·북 실무협상 재개를 재촉하는 무력시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후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동해상 방향으로 오후 4시35분께, 오후 4시38분께 미상 발사체 두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최대 비행거리는 370㎞, 고도는 90㎞로 탐지됐다. 한·미 군당국은 발사체 기종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 2일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쏘아 올린 지 29일 만이다. 올 들어선 열두 번째다. 통상 새벽이나 이른 아침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이례적으로 대낮에 미사일을 쐈다.

발사체 탄종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비행 궤적이 평안남도에서 동해상으로 향한 만큼 내륙 관통형 미사일 시험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군 전문가들은 올 들어 북한이 선보인 개량형 미사일 중 초대형 방사포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북한이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는 기존 방사포를 개량해 속도와 사거리를 탄도미사일급으로 높인 신형 무기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월 10일 초대형 방사포 두 발을 시험 발사했다. 이때 탐지 비행거리와 고도는 이번 발사체와 비슷한 330㎞, 50~60㎞였다. 북한은 지난 9월 이후 초대형 방사포의 연발 시험 및 추가 발사를 예고해왔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3분 간격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걸 보면 초대형 방사포 연발 시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체 도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보내왔다고 청와대가 발표한 지 3시간여 뒤에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지난 30일 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달해왔다”며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해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냈고 문 대통령께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다. 김정은의 조의문은 전날 판문점을 통해 윤건영 청와대 상황실장이 전달받았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과 최근 북측의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요구로 긴장 관계가 고조된 상황에서 북측의 조의문 전달로 경색된 남북한 관계에 돌파구가 생길 것이란 기대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지만 이번 도발로 남북 관계 교착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조의문을 보내기 전에 북한은 이미 발사 준비를 끝냈을 것”이라며 “북한이 연일 미국 측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미·북 실무협상 재개 촉구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뒤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고 일본 언론이 이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또 “미국, 한국을 비롯해 관계국과 긴밀히 연대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이정호/이미아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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