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야 산다"…삼성 vs 中업체들 내년 '폴더블폰 패권전쟁' [노정동의 3분IT]

입력 2019-11-01 10:32   수정 2019-11-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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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새로운 폼팩터(특정기기 형태) 청사진을 속속 공개하며 치열한 폴더블폰 경쟁을 예고했다.

올해 첫 폴더블폰 갤럭시폴드를 내놓은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가로로 접는 형태의 또 다른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 '폴더블 이니셔티브'를 잡은 삼성전자가 앞서나가는 가운데 메이트X를 출시하는 화웨이가 추격하고, 모토로라 샤오미 TCL 등이 후발주자로 뛰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사들의 이같은 '접는 폰' 경쟁이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9(SDC 19)'에서 가로축을 위아래로 접는 '조개 껍질(클램셸)' 형태의 새 폴더블폰 콘셉트 사진을 깜짝 공개했다.

세로축으로 접는 형태의 기존 갤럭시폴드가 휴대성, 태블릿PC 대화면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새로운 형태의 폴더블폰은 콤팩트한 크기의 소형화 디자인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정혜순 삼성전자 상무는 SDC 19에서 "이 새로운 디자인의 첨단 폼팩터는 주머니에 쏙 들어갈 뿐 아니라 사진·영상을 찍는 등 기존의 폰 사용법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2세대 폴더블폰의 출시 시점을 밝히진 않았으나 내년 상반기 출시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SDC 18'에서 갤럭시폴드의 최초 콘셉트 사진을 개발자들에 공개했고, 올해 2월 '갤럭시 언팩(신제품 공개) 2019' 행사에서 갤럭시S10과 함께 첫 폴더블폰 실물을 선보였다.

이후 품질 문제로 출시 시점이 늦춰지긴 했지만, 당초 첫 소비자 판매 일정을 4월 말로 잡은 점을 감안하면 가로로 접는 형태의 두 번째 폴더블폰도 사실상 테스트 제품 개발은 끝났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DC 18에서 선보였던 갤럭시폴드 콘셉트 사진 그대로 실물로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공개한 클램셸 형태 제품 역시 어느정도 개발이 끝난 상태에서 개발자들에 공개했을 것"이라고 했다.

SDC는 삼성이 개발 중인 최신 기술들을 선보이고 개발자들에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들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하는 성격의 행사다.

삼성 못지않게 폴더블 시장을 벼르고 있는 곳은 중국 업체들이다.

화웨이는 오는 15일 자사 첫 폴더블폰 메이트X 판매에 돌입한다. 안으로 접는(인폴딩) 방식의 갤럭시폴드와 달리 밖으로 접는(아웃폴딩) 형태다. 실물은 지난달 23일 중국 선전 본사에서 연 미디어 발표회에서 이미 공개했다.

화웨이 역시 메이트X를 지난 6월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품질 보완을 위해 출시일을 연기했다. 접었을 때는 6.6인치, 펼쳤을 때는 8인치로 7.3인치인 갤럭시 폴드보다 약간 크다.

여기에 TV 제조사로 잘 알려진 중국의 TCL은 병풍 형태의 두 번 접는 폴더블폰 시제품을 지난달 27일 공개했다. 삼성, 화웨이와 달리 접히는 부분이 두 군데 있어서 한쪽은 안으로, 다른 한쪽은 바깥으로 접힌다. 모두 펼쳤을 때는 10인치로 확장돼 사실상 태블릿PC에 가깝다.


샤오미는 화웨이 메이트X 형태의 아웃폴딩 방식과 TCL의 두 번 접히는 병풍 방식을 동시에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는 올 초 '듀얼 플렉스'로 불리는 두 번 접히는 방식의 폴더블 시제품을 소개한 바 있다.

중국 레노버가 인수한 모토로라도 복병이다. 모토로라는 삼성전자가 두 번째로 공개한 폴더블인 클램셸 형태의 폴더블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모토로라 전성기를 이끌었던 '플립폰'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면서 제품명 역시 '레이저(RAZR)'로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따라 '접는 폰'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기존 형태 스마트폰 시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9830만대로 전년 대비 4% 줄었다. 현재 형태의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12년 만에 스마트폰 시장이 처음 '역성장'한 것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5G와 폴더블폰로 활성화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새로운 콘텐츠 등의 사용자경험(UX) 변화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했다.

타룬 파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5G,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의 새로운 기술 및 디자인의 제품이 소비자들 스마트폰 교체를 유도할 수 있다"며 "삼성과 함께 중국 제조사인 화웨이, 오포, 샤오미, 비보 등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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