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40배 늘어난 외국인 유학생
외국인 유학생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학령인구 감소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09년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행되면서 외국인 유학생 증가에 가속도가 붙었다. 1999년 3418명에 불과하던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올해 16만165명으로 늘어났다. 20년 만에 40배 넘게 증가했다. 주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비율도 갈수록 높아졌다. 서강대는 비학위과정으로 재학 중인 유학생을 포함한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23.9%에 달했다.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 네 명 중 한 명은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서울 주요 10개 대학 중 서울대를 제외한 9개 대학이 모두 외국인 유학생 비율 10%를 넘어섰다.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는 현상 자체는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진 결과라는 교육계의 긍정적 시각이 있다. 문제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이면서 벌어졌다. 유학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같이 수업을 듣는 한국 학생들이 피해를 보거나 전체적인 수업의 질이 떨어진 것이다.
대학 수업 중 이뤄지는 조별 과제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기피 대상 1호’로 꼽힌다.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4학년 최지영 씨(22)는 “조별 과제를 하기 위해 모일 때마다 한국어가 서툴러 의사결정 과정에 빠지거나 과제를 대충해오는 외국인 유학생이 있어 과제를 이끌어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경제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조영수 씨(29)는 “외국인 대학원생들의 전반적인 학업 이해 수준이 한국 학생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같이 공부하다 보면 일방적으로 가르쳐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털어놨다.
‘불법체류 유학생’ 골머리 앓는 대학들
유학생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대학들의 상황을 악용해 대학을 불법체류의 경로로 사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체류자로 돌아선 외국인 유학생은 1만3945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외국인 유학생(16만671명) 중 8.7%가 불법체류자인 셈이다. 2년 전인 2016년(5652명)과 비교하면 불법체류 외국인 유학생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주요 대학의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대학 불법체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불법체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6년 115명, 지난해 607명으로 2년 만에 다섯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한국외국어대는 2016년 35명이던 불법체류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해 176명으로 늘어났다. 성균관대는 같은 기간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외국인 유학생이 16명에서 155명으로 열 배 가까이 급증했다.
허술한 외국인 유학생 입학 기준
외국인 유학생의 국적이 지나치게 편중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 비중은 44.4%(7만1067명)에 이른다. 베트남인 유학생은 3만7426명으로 23.4%를 차지한다. 아시아인이 외국인 유학생 중 90%를 넘는다. 교육부가 외국인 유학생 입학 기준을 허술하게 설정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교육부가 각 대학에 권장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입학 기준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과 토플 IBT 71점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권장’일 뿐, 대학이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도 대학에 입학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대학에 권장하는 외국인 유학생 입학 기준이 대학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NIE 포인트
대학의 재정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보자. 지나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캠퍼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자.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토론해보자.
박종관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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