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 '이~'하면서 웃을 때 한쪽 입술이 처지면 뇌졸중 의심…바로 병원行

입력 2019-11-01 11:43   수정 2019-11-02 00:34


지난해 뇌졸중으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은 환자는 59만5000여 명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질환이다. 국내 사망 원인 4위에 해당하는 질환이다. 환자가 많은 데다 사망 위험도 높다. 뇌졸중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흡연 과음 등 뇌졸중 위험요인을 방치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육류를 많이 먹는 식습관으로 바뀌는 것도 뇌졸중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뇌졸중이 생기면 심한 후유증을 남길 위험이 크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뇌졸중 위험 요인과 증상 등을 알아봤다.

동맥경화로 인한 뇌경색이 가장 많아

뇌졸중 환자 중 가장 많은 유형은 동맥경화 때문에 뇌혈관이 막히는 것이다. 혈압이 높으면 뇌졸중이 생길 위험은 4~5배 정도 높아진다. 고혈압이면 혈액이 혈관을 지날 때마다 혈관 벽이 많은 압력을 받는다. 혈관 벽이 망가져 혈액 속 지방질 등이 혈관 벽에 쌓일 위험도 높다. 자연히 혈관 벽이 딱딱해지고 두꺼워진다. 이를 동맥경화라고 부른다.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한다. 혈전과 같은 핏덩어리가 생겨 돌아다니다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된다.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뇌가 망가지기 시작한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동맥경화 외에 심방근이 동시에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심방세동,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판막증 등도 뇌졸중의 심각한 위험인자”라고 했다.

심장질환이 있으면 심장 안쪽 벽에 혈전이 생기기 쉽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뇌졸중 발생위험이 50대는 4배, 60대 2.6배, 70대 3.3배, 80대 4.5배 등으로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졸중은 55세 이후부터 발병률이 높아진다. 뇌졸중 발생률은 55세 이후 10세 늘어날 때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 70세 노인은 60세 고령층보다 뇌졸중이 두 배 더 많이 생긴다. 뇌졸중이 고령층에 많이 생기지만 젊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지난해 기준 40대 뇌졸중 환자는 2만여 명에 이른다. 뇌졸중 원인인 동맥경화증은 30~40대부터 시작된다. 혈관이 막히는 과정은 서서히 이뤄지는데 뇌졸중 전조증상은 동맥 직경이 정상보다 50% 이상 좁아진 뒤 나타난다. 55세에 뇌졸중이 발병했더라도 그 원인은 30대부터 시작됐을 수 있다.

3시간 안에 치료하면 뇌손상 낮춰

뇌졸중은 발병한 뒤 3시간 안에 치료해야 한다.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뇌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환자 상당수는 골든타임이 지난 뒤 병원을 찾는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상태가 악화돼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실제 국내 뇌졸중 환자 중 3시간 안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42% 정도였다. 발병 1시간 안에 치료받은 환자는 20% 정도였다. 6시간이 지난 뒤 병원을 찾은 환자가 44%로 비교적 많았다. 뇌졸중 증상을 알지 못해 이상 증상이 생겨도 방치한 탓이다. 권 교수는 “머리가 아픈 것을 단순 두통으로 생각하기 쉽다”며 “어지럽고 저린 느낌을 피로와 영양섭취 부족 탓으로 돌릴 수 있다”고 했다.

만약 갑자기 심한 두통이 생기고 어지럼증을 호소해 자꾸 넘어진다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시야의 절반 정도가 잘 보이지 않고 갑자기 한쪽 팔과 다리가 저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말을 못하고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한다. 갑자기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바로 119로 전화해야 한다. 뇌졸중이 의심된다고 알리고 구급대원의 조치에 따라 병원으로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

주변에서 뇌졸중인지 확인하는 신시내티 병원전 뇌졸중 척도(CPSS)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환자가 ‘이~’라고 말하면서 웃게 해본다. 이때 한쪽 입술이 아래로 처지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눈 감고 앞으로나란히 동작을 하도록 했을 때 한쪽 팔이 제대로 펴지지 않거나 비정상적으로 축 처지는 것도 뇌졸중 의심 증상이다. ‘저 콩깍지는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와 같이 발음하기 힘든 문장을 따라 하도록 해보는 것도 뇌졸중 발병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런 동작이나 말을 하나라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뇌졸중 확률이 70% 정도다.

뇌졸중 때문에 마비가 생겼거나 감각이 떨어졌다면 관절이 망가지고 폐렴이 생길 위험이 높다. 뇌졸중 의심 환자가 있다면 편안한 곳에 눕힌 뒤 벨트 넥타이 등 압박할 만한 것은 풀어줘야 한다. 청심환과 같은 약을 함부로 먹이는 것은 삼가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아스피린 필요 없어

뇌졸중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도 많다. 혈소판을 억제하면 혈전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 뇌졸중이 생기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혈전은 혈관벽이 망가져 피가 날 때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혈소판이 줄면 피가 자주 나거나 한번 난 피가 멈추지 않아 생명이 위독해질 위험이 있다. 아스피린처럼 혈전 생성을 막는 약을 오랫동안 먹으면 위장관 출혈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복용하기 전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억제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출혈 위험 등의 손해를 잘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동맥경화가 심한 환자는 출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아스피린을 복용해 뇌졸중을 예방해야 한다. 아스피린 사용을 권장하는 이유다. 한 번 뇌경색을 앓았던 환자도 마찬가지다. 뇌경색은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아스피린을 복용해 예방해야 한다.

뇌졸중 환자도 단백질 섭취 중요

아스피린 복용보다 뇌졸중 유발 인자를 관리해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 계열 약물은 동맥경화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 심장질환과 뇌경색 예방에 도움이 된다. 동맥경화가 심하지 않다면 스타틴 계열 약물만 사용한다. 아스피린 복용은 권장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흡연 음주 고혈압과 같은 나쁜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

한 번 뇌졸중에 걸렸다고 반드시 재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뇌혈관이 한 번 손상됐기 때문에 재발 확률이 높다. 뇌혈관이 나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뇌출혈은 뇌경색보다 재발률이 낮다. 고혈압을 잘 관리해야 한다. 뇌졸중 환자는 회복기 때 균형 잡힌 식사를 해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닭고기, 돼지고기 등 단백질이 많은 음식도 섭취해야 한다. 고기를 먹지 않고 탄수화물만 많이 섭취하면 혈당만 높아질 위험이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지방이 많은 부분만 제거하고 고기류를 섭취하면 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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