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 되면 말고' 선거용 정책 남발, 제동장치 필요하다

입력 2019-11-01 17:40   수정 2019-11-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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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오면서 굵직한 정부·여당발(發)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도 많고, 재원대책은 없어 ‘희망고문’ 수준의 장밋빛 청사진도 적지 않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을 추가한다는 정부의 ‘광역교통 비전 2030’ 정책도 그런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협의를 거쳤다는 이 구상은 수도권에 GTX를 중심으로 급행 철도망을 구축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대로만 순조롭게 건설되면 수도권 교통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의아한 것은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재원 조달에 대한 계획도 없이 발표됐다는 사실이다.

GTX 구상이 처음 나온 것이 2007년이다. 하지만 첫 노선(A)의 착공이 지난달에야 겨우 가능했다. 무수한 논란 끝에 12년 만에, 그것도 정부예산이 부족해 민간투자사업으로 첫삽을 뜬 것이다. GTX B·C노선은 경제성이 부족해 노선 연장 등 ‘묘수’ 끝에 최근에야 예비타당성 조사를 겨우 마쳤을 뿐이다. 해당 노선이 지나는 지역은 GTX 건설에 지구단위의 개별 도시 명운을 걸 정도이지만 각각 2022년, 2021년인 착공 일정이 계획대로 될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땅값이 비싸고, 민원은 복잡다기한 데다, 막대한 비용도 필요한 수도권 광역교통 개선사업은 그만큼 어렵다. 5년 임기의 특정 정부가 단시일 내에 쉽게 끝낼 사업이 아닌데도 재원계획도 없이 발표되니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안 되면 말고’ ‘부작용이야 어떻든’ ‘뒷감당은 누가 하든’ 식의 선거용 정책은 이것만이 아니다. 시행 시기가 앞당겨진 고등학교 무상교육, 내년 초까지 마무리된다는 122개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과속으로 진행돼 온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기료 누진제 완화 같은 것들이 그렇다. 전라남·북도가 앞장 선 ‘농민수당’ 신설에 최근 정의당이 입법 추진을 하고 나선 것을 보면 포퓰리즘 정책은 정부·여당만 탓할 일도 못 된다.

남발되는 선심정책에 대한 감시와 견제,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학 등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온갖 일에 다 간섭하는 사회단체들이 활동의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특정 진영논리를 뛰어넘는 엄정한 관점에서 인기영합 정책과 공약을 가려내줘야 한다. 민자유치를 좀더 활성화해 나가는 식의 정책 개발도 민·관이 함께 노력하면 좋을 것이다.

야당들이 제 구실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기국회에서 514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철저하게 심의해 선거용 선심예산을 가려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야당들 또한 포퓰리즘 정책 내놓기에 가세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여의도 전통’인 까닭에 여야 간 교체 점검과 상호 감시야말로 나아갈 방향이다.

궁극적으로 유권자 개인들이 비상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예산심의 전에는 야당도 늘 ‘파수꾼’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지역구나 민원 사업과 접하면 정부 여당과 야합하고, 심지어 해묵은 ‘쪽지예산’으로 한술 더 뜨기도 한다. 이것까지 감시해야 한다. 깨어있는 유권자의 길은 그만큼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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