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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다도해, 베이 오브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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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파이히아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도시 중 파이히아(Paihia)는 꼭 기억해야 하는 거점 도시다. 오클랜드에서 출발한 렌터카 여행자라면 목적지에 파이히아를 입력하고 출발 전 미리 첫날 숙소를 구해둔다. 오클랜드에서는 차량으로 약 3시간 거리다.
해변을 끼고 자리한 호텔과 쇼핑센터, 음식점들이 늘어선 파이히아의 다운타운은 한 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곳을 허브로 하는 액티비티들은 다양하다. 베이 오브 아일랜드 해양 공원, 돌고래 탐험 및 섬 크루즈 등 모든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란 이야기다. 며칠 머무르면서 전망 좋은 해산물 레스토랑과 카페들을 순회하며 느긋한 휴양을 즐기거나, 페리를 타고 섬 여행을 가거나, 배 낚시나 해양 스포츠를 즐겨도 좋다. 도착한 첫날부터 선착장에서 즉흥적으로 노란색 배에 올라 돌고래를 보러 가는 것도 가능하다.
자유여행에 자신이 없다면, 하이라이트만 묶은 투어 상품도 많다. 오클랜드에서 출발하는 1박2일, 2박3일 현지 투어를 활용하면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하이라이트를 짧은 시간에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지역은 뉴질랜드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니 제일 먼저 와이탕이로 출발!.
와이탕이, 뉴질랜드의 건국지
파이히아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할 만큼 가까이에 위치한 곳, 와이탕이(Waitangi)엔 와이탕이 트리티 그라운드(Waitangi Treaty Grounds)가 있다. 이곳은 바로 뉴질랜드의 역사가 시작된 뜻깊은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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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 2000명이 넘는 영국인이 정착하면서 생기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은 원주민인 마오리들을 회유해 조약을 맺는다. 당시 영국 왕실의 인사들과 45인의 마오리 추장이 모여 △마오리 부족장은 영국 여왕에게 주권을 이양한다. △부족장의 토지와 자원 소유권은 보장한다. 단, 모든 거래의 당사자는 여왕이다. △마오리 부족 모두 영국 시민과 같은 권리와 특혜를 받는다. 이 세 가지 조항에 합의하고 서명했다. 조약이 체결된 날인 1820년 2월 6일이 바로 뉴질랜드의 건국기념일, 와이탕이데이가 됐다. 번역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 뒤늦게 자신들에게 불리했던 조약임을 깨달은 마오리들은 토지를 팔지 않거나 영국 통치를 거부하는 등 저항했다.
하지만 마오리어 사용금지, 서구 교육, 종교 포교 등의 정책으로 마오리의 고유 문화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마침내 마오리들의 토지 점유율도 6분의 1로 줄어들게 됐다고 한다.
현재 뉴질랜드 여행의 가장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마오리 투어리즘이다. 다행인 것은 오랜 세월을 버티며 마침내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지켜내고 그들의 뿌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오리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을 마주칠 때마다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치는 이유는 비슷한 역사를 겪었던 동병상련의 마음이 아닐까?
와이탕이엔 당시 영국 정부의 대표자였던 제임스 버스비의 거주지가 박물관으로 복원된 모습과 함께 마오리 공연 및 와카 등의 마오리 예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회의실을 장식한 조각은 유명한 마오리 아티스트 파인 타이파파의 작품이다.
뉴질랜드 최북단, 케이프 레잉가(Cape Reinga)
북섬에 왔으니 끝을 보고 싶다는 본능에 이끌려 무작정 북쪽을 향해 질주했다. 좁고 긴 지형을 따라 북으로 북으로 이동하다 보니 길이 점점 좁고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목적지는 최북단 케이프 레잉가(Cape Reinga)와 90마일 비치(90mile beach)다. 90마일 비치는 정확히 말하면 64마일인데 사람들은 ‘길다’란 의미로 90마일 비치라고 부른다고 한다. 64마일은 100㎞다. 100㎞! 끝없이 펼쳐지는 해변을 달리다 보면 어디부터 하늘이고 어디부터 바다인지 어디부터가 땅인지 판단이 흐릿해지는 시점이 온다. 물이 빠진 모래사장은 대형버스도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이곳을 4륜 구동 차량으로 질주한다면 재미가 배가되겠지. 해변을 하릴없이 달리다 보면 거대한 사구가 펼쳐지는 테 파키(Te Paki)지역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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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내려 사진을 찍고 모래언덕에서 샌드보딩을 즐기는 이들을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봤다. 투어 버스로 온 여행객은 여행사가 보드를 준비해 빌려주는 것 같았다. 물론 개인들도 보드를 챙겨 가기만 하면 모래언덕에서 즐기는 샌드보딩은 질릴 때까지 공짜다. 눈썰매보다도 스릴 넘친다는 샌드보딩을 할 땐 모래를 씹지 않도록 얼굴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드디어 최북단 케이프 레잉가에 도착했다. 눈앞에 시원한 태즈만 해와 태평양의 짙푸른 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케이프 레잉가의 랜드마크는 등대다. 마오리 전설에 따르면 이곳은 마오리의 영혼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한다. 오롯이 서 있는 등대와 800년이나 된 신령스런 포후 투카와 나무가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크루즈로 섬들을 유람하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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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분위기 뿜뿜! 케리케리와 러셀
케리케리(Kerikeri)와 러셀(Russell)은 파이히아를 거점으로 페리 또는 자동차로 여행할 수 있는 곳들이다. 케리케리는 베이 오브 아일랜드에서 면적으로는 가장 큰 도시이며 뉴질랜드 최초로 선교소가 세워졌고 뉴질랜드 최초로 포도가 재배된 곳이다. 지금은 은퇴자와 부유한 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있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도시다. 세련된 보헤미안 분위기의 갤러리, 카페, 숍, 레스토랑이 많아 도시 여행자들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러셀은 파이히아에서 페리로 20분 걸리는 곳에 있다. 포경과 무역을 위해 설립된 오래된 도시로 뉴질랜드 최초의 수도였다. 1835년에 지은 그리스도 교회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이며 지금의 경찰서인 세관은 1870년에 지어졌다. 식민지 시대의 베이 오브 아일랜드 생활을 전시하는 러셀 박물관, 1827년 세워진 최초의 호텔, 듀크오브말보로 호텔, 1842년 지은 가톨릭 선교기지 폼팔리에 미션하우스 등 역사적인 건물만 구경하고 다녀도 하루가 짧다.
베이 오브 아일랜드엔 비수기도, 겨울도 없다. 서브 트로피컬 지역이라 아무리 추워도 영상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는, 1년 내내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이번 겨울엔 생애에서 가장 쾌적한 여름을 뉴질랜드에서 맞는 것은 어떨까? 평균온도 22도, 찌는 듯한 무더위가 없는 기분 좋은 여름을 기대해 보자.
글=조은영 MOVE 매거진 편집장 movemagazine01@gmail.com
사진= 뉴질랜드관광청, 셔터스톡
뉴질랜드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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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 전체 인구는 480만 명 정도이고, 인구의 75%는 북섬에, 25%는 남섬에 거주한다.
인종 : 유럽인이 68%, 마오리족이 14%, 아시아인이 9.2%, 남태평양인이 6.9%
종교 : 종교는 성공회, 개신교, 가톨릭 순
화폐 : 1뉴질랜드달러(NZD)=760원(2019년 9월 기준)
시차 : 한국보다 3시간 빠르다. 서머타임 운영 시엔 4시간 빠르다.
면적 : 면적은 총 27만㎢로, 북섬이 11만6000㎢, 남섬이 15만1000㎢, 기타 도서가 3542㎢이다. 한반도의 1.2배며 남한의 2.7배다.
기후 : 아열대성 해양성 기후로 1월 평균 기온은 20도, 7월 평균 기온은 11도로 1년 내내 방문하기 좋다.
국경일 : 독립일은 영국으로부터 자치령 지위를 획득한 1907년 9월 26일이고 건국 국경일은 2월 6일이다. 1840년 마오리족 대표가 영국에 주권을 이양한 날로 와이탕이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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