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학서 강의하며 美기업서 일해…韓 교수도 삼성·LG서 연구할 길 터줘야"

입력 2019-11-03 17:19   수정 2019-11-04 01:15

마르크 폴레피즈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Z) 교수는 명함이 두 개다. 교수 직함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 책임과학자’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밍쑤안 양 미국 UC머세드 교수도 마찬가지다. 구글에서 인공지능(AI)에 필요한 딥러닝, 비디오 트랙킹(추적) 등을 연구한다.

두 교수는 각각의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MS와 구글에서도 보수를 받는다. 혁신의 현장 실리콘밸리에선 흔한 일이다. 활발한 산학 협력은 기업들이 인재와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폴레피즈 교수와 양 교수는 A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국제컴퓨터비전학회(ICCV)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이들을 지난 1일 인터뷰했다. 폴레피즈 교수는 “최근 5년간 AI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해 제품과 서비스 적용이 활발해졌다”며 “국경 없는 인재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국 AI 인재 해외로 떠나”

AI는 산학 협력이 매우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한국에선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상 교수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겸직하지 못한다.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 등에서 연구에 참여할 수 없다. 기업의 인재와 기술 확보를 가로막는 대표적 규제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스위스는 교수의 겸직이 허용되기 때문에 구글 MS 페이스북 등이 교수나 연구자를 채용하고, 산학 간 프로젝트 공유도 활발하다.

AI 분야에선 산학의 경계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선 인재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폴레피즈 교수는 “기술 경쟁에서 국경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어 “과학, 기술자 커뮤니티가 세계적으로 연결돼 있는 데다 연구 내용도 대부분 공유하고 있다”며 “결국 누가 먼저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지가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벨기에인인 폴레피즈 교수가 스위스 대학에서 강의하고 미국 기업에서 일하고 있지 않느냐”고 예를 들었다.

최근 한국에서는 AI를 연구하는 한국인 인재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2000년대만 해도 한국 AI 연구자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며 “지금은 한국 AI 인재가 일본보다 열 배 정도 많다”고 말했다. “이번 ICCV 참석자 7500여 명 중에서도 한국인이 3000명을 넘었다”고 덧붙였다.

AI 인재가 많지만 한국이 인재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로는 인재의 해외 유출을 지적했다. 양 교수는 “한국의 많은 AI 인재가 해외로 떠나고 있다”며 “구글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동료가 많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산학 협력 활발”

ICCV는 미국 CVPR, 유럽의 ECCV 등과 함께 ‘컴퓨터 비전(인식)’ 분야 3대 학회다. 미국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주관한다. 올해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폴레피즈 교수는 ICCV 의장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최근 5년간 AI는 완전히 다른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한 MS의 홀로렌즈용 솔루션을 보여줬다. 홀로렌즈는 산업 현장에서 작업하는 데 쓰거나 직업 훈련에도 활용할 수 있다.

양 교수는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구글렌즈 앱(응용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앱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찍자 같은 제조사의 동일한 제품 이미지를 찾아냈다. 그는 “그동안 전 세계 데이터의 99.9%가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졌다”며 “인식 기술을 활용해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면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폴레피즈 교수와 양 교수는 학회 참석 후 SK텔레콤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홍윤정/전설리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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