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00시15분경 한 남성이 검은색 옷을 입고 도로 한가운데 서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술을 안 마셨고 그 사람은 만취한 상태였습니다. 보험사에서는 제가 무조건 그의 치료비를 내줘야 한다고 합니다. 제 잘못도 아닌데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한 운전자가 자신이 졸지에 교통사고 가해자가 된 상황에 대해 억울함을 표했다.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같은 사연과 함께 영상을 공개한 30대 운전자 박 모 씨는 교차로에서 주황색 신호를 확인하고 속도를 줄이던 중 뒤늦게 도로 한복판에 서 있는 무단횡단자를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사고까지 피하지는 못했다.
박 씨는 한경닷컴에 "사고 발생 후 바로 경찰서에 신고했고, 20대 보행자 A 씨는 구급차에 실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급대원들이 왜 길에 서 있었냐고 물었지만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기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응급실로 이송된 A 씨는 골절도 없고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고 퇴원했지만 그날 저녁 다시 연락해와 입원하겠다고 했다"면서 "왜 1차로에 서있었냐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차와 사고 나면 무조건 사람이 피해자 아니냐고 당당해 하더라"라고 했다.
박 씨는 "사고 당시 충격으로 나도 어깨와 목을 치료하고 있다"면서 "솔직히 A 씨가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무사고 운전이었는데 그날 사고로 충격을 받은것 뿐 아니라 병원 치료도 받아야 한다. 잘못도 없는데 A 씨의 치료비를 온전히 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내 잘못이 있다면 그 시간에 그 길을 지나간 것 뿐이다"라면서 "보행자가 차라리 움직이기라도 했으면 눈에 띄였을지 몰라도 검은 옷을 입고 길 한가운데 서 있었는데 어떤 운전자였어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 씨가 올린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무단횡단 보행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물론 ‘운전자는 무과실이다’라는 의견을 게재했다.
네티즌들은 “운전자 입장에서 억울한 사고이지만 무과실이 나오긴 힘들어 보인다”, “야간에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고 도로 한복판에 가만히 서 있는 보행자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해당 사고를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의 문제로 보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안타깝지만 만약 차량 과실이 1%라도 잡힌다면 치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블랙박스 차량의 브레이크가 늦어 보인다. 무과실은 힘들 것 같다”, “이 사고에서 운전자 과실이 1%라도 나온다면 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 영상 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
자료 제공 =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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