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행복 미국 아닌 한국서 찾아”
장하나는 “처음엔 ‘이런 것도 못 이겨내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했다. 성적도 잘 나왔고 음식도 입에 맞았다. 한국에서 달고 살았던 위장약도 미국에서 끊었다.
안 되는 게 있었다. “외로움과 싸워야 했어요.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는데, 한국에 있는 친구와 전화통화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적응이 잘 안 되더라고요. 엄마가 편찮으시다는 말을 들었을 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죠. 아쉽지 않냐고요? 글쎄요. 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골프’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후배들도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LPGA투어는 ‘갈 수만 있다면 무조건 가는 꿈의 무대’였다. 최근에는 ‘조금 있다가 가도 늦지 않다’는 분위기다.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된 것.
장하나는“나는 돌아왔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기 때문에 하루라도 젊을 때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찍 가야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장하나는 ‘친정’ 격인 KLPGA투어에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내고 있다. ‘국내 유턴’ 후 열여덟 번째 대회였던 지난해 3월 한국투자증권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한 달 뒤 KLPGA챔피언십에서 곧바로 우승을 추가했다. 지난달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과 KLPGA투어가 로컬 파트너로 참가한 BMW레이디스챔피언십까지 더하면 복귀 후 4승. KLPGA투어 통산 승수가 12승에 달한다. 복귀 후 약 2년 반 동안 벌어들인 상금만 19억4700여만원. 미국투어에서 엇비슷한 기간에 번 30억원엔 못 미치지만 해외체류 비용 등을 감안하면 수입도 나쁘진 않다. 그는 KLPGA 통산상금 41억1741만원을 쌓아 이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KLPGA투어) 후배들의 실력이 많이 올라와 예전처럼 우승하는 게 어려워요. 솔직히 LPGA투어와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입니다. 신인 선수들을 보면 기복이 없고 안정적이고요. 저는 신인 때 기복이 엄청 심했거든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장하나의 성격은 그가 지닌 큰 장점 중 하나. 한국에 돌아와서도 스윙에 변화를 줬다. 힘을 빼고 스윙을 간결하게 바꿨다. 아이언을 쳐도 피니시 동작 직전에 멈춘다. 260야드가 넘던 드라이브 비거리는 올해 246.57야드로 내려갔다. 대신 그린적중률은 78.49%로 3위다.
장하나는 “비거리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경험이 쌓인 덕분인지 편안하게 경기하는 것 같다.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대니엘 (강)과의 연장전에서도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고 했다.
상금여왕 경쟁 “끝까지 해봐야죠”
그는 최혜진(20)이 지배하던 시즌 상금랭킹 경쟁에서 막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상금 규모가 큰 2개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한 덕분이다. BMW레이디스챔피언십 우승으로 30만달러(약 3억5235만원)를 챙겼고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에선 3억7500만원을 받았다. 10월 한 달간 챙긴 상금만 7억원이 넘는다. 장하나는 한때 상금 1위(11억4572만원)에 올랐다가 휴식을 취한 지난주 최혜진(12억314만원)이 SK네트웍스·서경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다시 2위로 내려왔다.
최혜진의 타이틀 싹쓸이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사실상 장하나뿐. 8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개막하는 시즌 최종전에 장하나와 최혜진 모두 출전 의사를 밝혔다. 장하나가 우승하고 최혜진이 공동 준우승 이하를 기록하면 순위가 뒤집힌다.
“상금왕이 욕심나지 않는다고 하면 당연히 거짓말이죠. 하지만 예전만큼 목매진 않아요.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보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부지런한 (최)혜진이가 (타이틀 싹쓸이를 노릴만 한) 정말 엄청난 시즌을 보내고 있잖아요. 그래도 승부는 봐야죠. 골프는 모르잖아요.”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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