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투표로 이뤄진 아이돌 선발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X 101(이하 프듀101)’의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 수사 과정에서 케이블채널 엠넷(Mnet)의 김용범 CP와 안준영 PD 등 제작진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제작진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고 이날 오후 안 PD와 김 CP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조국 사태 조사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해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명 부장판사는 “(두 사람의) 범죄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피의자의 역할 및 현재까지 수사 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구속 이유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검경이 프로그램 제작진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다. 국민적 관심사가 된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 알 권리가 축소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수사당국은 이미 널리 알려져 국민적 관심사가 됐거나, 언론의 취재와 확인 요청이 이어지는 사건에 대해 수사당국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 정도는 밝혀왔다. 프듀101 사건의 경우 지난 8월 200여명의 시청자들이 제작진에 대한 고소ㆍ고발장을 직접 검찰에다 제출한 사건인데다, 유명한 순위 선정 프로그램에서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이라 여론의 관심이 큰 사안이다. 생방송 투표에 참여한 국민만 1300만 명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수사를 담당한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기존과 달리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과정을 언론에 알리지 않은 것을 두고 다음달부터 시행에정인 법무부의 강화된 피의사실 공표 금지 기준을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훈령에 대해 구체적 적용 가이드라인조차 아직 정해진 바가 없음에도 검ㆍ경이 미리 행동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들은 ‘프듀 101’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제작사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한 결과 두 사람과 특정 기획사가 순위 조작에 공모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사태가 불거진 후 휴대전화 메시지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심지어 안 PD와 김 CP는 오디션에 참가한 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들 사이에 서울 강남 유흥업소 접대 등 모종의 대가가 오간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는 배임수재 혐의도 함께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사태로 2019년 최고 화제의 키워드로 떠오른 '공정'의 가치가 가장 공정해야 할 국민 투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산산히 무너졌다. 제작진의 실수로 최종 점수가 어이없는 동일 숫자로 표기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세상에 그 검은 뒷거래는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대표를 표방한 이동욱은 최종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한 연습생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 꿈 꿔달라"고 당부했지만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들에게 첫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오디션에서조차 기회는 공정하지 않았다.
아직 연루된 기획사가 투표 조작으로 이익을 본 출연자와 관련된 곳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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