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모빌리티·배달 앱 경쟁 치열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의 ‘금융개혁 2020’ 프로젝트를 2017년 발표한 뒤 간편결제, 모빌리티, 배달 앱 등 핀테크 각 분야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베트남에선 아직 현금결제 비중이 60%를 웃돈다. 신용카드 보급률(8%)이 낮아 중국식 간편결제 모델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사업자는 25개. 1, 2위를 다투는 VN페이와 MOMO페이는 편의점, 베이커리 등에서 ‘1+1 쿠폰’을 뿌리고, 5%를 깎아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MOMO페이에는 스탠다드차타드, 골드만삭스 등이 투자했다. VN페이는 최근 소프트뱅크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3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
동남아를 주름잡은 모빌리티 앱 그랩도 베트남에선 현지 앱 be에 밀려 고전 중이다. 국내 기업을 선호하는 베트남인 특유의 성향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20대 직장인 응우옌티중 씨는 “그랩과 그랩푸드, 배민(배달의민족)보다는 베트남 기업인 be, 나우(음식배달)를 주로 쓰고 있다”며 “애국심 때문”이라고 했다.
비씨카드, 韓 관광객 간편결제 추진
이날 화이트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핀테크 포럼엔 30여 개 현지 업체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람응우옌하롱 호찌민컴퓨터협회장은 기조연설에서 “현재 베트남에는 154개 핀테크 기업이 있고 이 중 70%는 초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라며 “시 정부와 중앙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배우고, 산업을 육성할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호찌민을 인접국인 캄보디아와 라오스 및 인도차이나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온라인상거래와 금융·결제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임남훈 비씨카드 글로벌본부장은 국내 카드사로선 유일하게 발표자로 나섰다. 비씨카드는 최근 2만여 개의 베트남 우체국망을 운영하는 리엔비엣포스트은행(LPB)과 간편결제 연동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제휴를 맺었다. 임 본부장은 이번 제휴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그는 “베트남 금융당국자들이 투자 유치보다 ‘베트남 국민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지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비씨카드와 제휴하면 비자, 마스터 등 국제 결제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해외 간편결제망에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LPB의 간편결제 앱 비비엣을 사용하는 베트남 소비자가 한국에서 간편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현지 유력 간편결제 사업자와 추가로 제휴해 베트남을 방문하는 연 400만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환전 없이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응우옌틴탕 LPB 회장은 “베트남 국민이 세계 모든 지역에서 간편하게 결제하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앱 생태계를 만드는 게 베트남 핀테크산업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호찌민=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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