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희생할 준비 돼 있다"…보수통합 협의기구 구성 제안

입력 2019-11-06 17:22   수정 2019-11-07 01:48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6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본격적인 ‘보수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당 안팎에 통합 논의 기구를 구성하고, 필요하면 당 ‘간판’까지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박찬주 영입 파동’과 ‘중진 용퇴론’ 등으로 당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던진 보수 통합 공론화다.

황교안 “보수 통합 위해 희생하겠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려면 내년 총선에서 확실한 승리를 이루고, 미래 대안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세력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보수 통합 작업의 첫 ‘단추’로 당내 통합 논의 기구를 세우고, 외부 보수 세력과의 통합 협의 기구도 설치하기로 했다.

황 대표는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통합이어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싸움으로 범(汎)보수 진영이 갈라진 상황에서 통합을 위해 탄핵에 대한 입장은 불문(不問)에 부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통합 과정에서 한국당 간판을 내릴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라를 살릴 대통합에 필요한 일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 과정에서 제가 자리를 탐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 스스로 희생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 행동(변혁)’을 이끄는 유승민 의원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직·간접적인 소통을 해왔고, 협의도 했다”며 “다만 통합 협의 기구는 이 자리에서 처음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공화당과도 (통합 관련) 논의를 한 바 있다”고 했다.

한국당 내에선 “보수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황 대표가 ‘리더십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설익은 통합론을 내놨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빠져 있어 실현 가능성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보수 재건의 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아가자’고 제안했었다”며 “한국당이 내가 제안한 ‘보수 재건’ 원칙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황 대표는 “(통합 조건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통합 시점에 대해선 “12월은 돼야 할 것 같고, 내년 1월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진 용퇴론’에 들끓는 한국당

황 대표는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당내에서 쏟아지고 있는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인적 쇄신과 당의 혁신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지금 더 큰 과제는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적 쇄신 방침에 대해) 조금 시간이 지나면 필요한 답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을 위해 내년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당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전날 초·재선 의원들이 제기한 ‘3선 이상 중진 용퇴론’에 이틀째 크게 술렁였다. 김정훈 한국당 의원(4선·부산 남갑)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3선 이상 중진은 정치를 10년 이상 해온 사람인데, 누가 나가라 해서 나가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은 7일 만나 ‘지역에 관계없이 3선 이상 중진은 용퇴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영남 지역 출마 의사를 내비친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친박(친박근혜)’에서 ‘친황(친황교안)’으로 갈아탄 이들이 개혁으로 포장해 벌이는 ‘정치 쇼’를 국민은 또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내 인적 쇄신 요구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민봉 의원(초선·비례대표)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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