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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2017년 11월 기술유용사건 전담팀을 신설한 뒤 지금까지 네 건을 적발해 제재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기술유용 사건의 특성상 공정위에 디지털 포렌식 전담조직이 없었다면 해내기 힘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한시조직으로 신설한 디지털조사분석과는 지난 9월 정규조직이 됐다. 공정위 각 부서가 하는 조사에 대부분 동원되기 때문에 과 단위 조직으로는 가장 많은 22명이 몸 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디지털조사분석과가 설치된 뒤 공정위의 증거 수집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기업들의 노동관계법 위반 조사 및 근로감독을 점검하는 데 포렌식 기법을 쓰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활용해 임금체불 부정수급 연장근무 위반 등 418건을 적발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KEB하나은행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손해배상 검토 자료를 작성했다가 삭제한 사실을 찾아낸 것도 이 기법 덕분이었다.
디지털 포렌식이 확산되는 걸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각 부처가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 ‘싹쓸이’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위 환경부 고용부 등 기업 규제·조사 담당 공무원이 대폭 늘어난 데 이어 삭제된 정보를 되살리는 수사기법까지 거머쥔 만큼 기업 조사 횟수도 늘고, 강도도 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부처마다 조사 인력을 늘리고 첨단 수사기법을 도입한 데 대해 ‘탈탈 털면 안 걸릴 회사가 어디 있느냐’는 하소연이 늘고 있다”며 “경기도 나쁜 만큼 기업 경영에 너무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사 횟수와 강도 등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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