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술취해 기억 안나" 기내 성추행 몽골 도르지 소장, 우리나라서 처벌 가능할까?

입력 2019-11-07 11:16   수정 2019-11-07 11:21



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한국에 재입국해 받은 2차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강제추행 및 협박 혐의를 받는 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은 전날 9시간가량 걸린 2차 조사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묻는 경찰 수사관의 질문에 "피해자들이 그런 주장을 했다면 (내가) 술에 취해 그랬을 수는 있다"고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사건 발생 하루 뒤인 지난 1일 첫 조사 때 강제추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뒷좌석에 앉은 다른 몽골인이 승무원을 성추행했는데 자신이 오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외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과 함께 비행기를 탔다가 또 다른 여성 승무원의 어깨를 감싸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몽골인 A(42)씨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강제 신병확보에 나섰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1일 도르지 소장과 함께 사법경찰 권한이 있는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에 넘겨졌다.

그러나 외교 여권을 제시하며 면책특권이 있다고 주장했고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석방돼 싱가포르로 출국한 상태다.

경찰은 A씨의 체포영장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으며 주한몽골대사관 측과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하지 않고 이번 주 안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도르지 소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 5분께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비행기 내에서 여성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통역을 담당한 몽골 국적의 또 다른 승무원에게도 "몽골에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폭언을 했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에 대해 현재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지만 외교적인 문제로 인해 신변을 언제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체포되고 난 다음에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10일 동안 또 최장 20일 동안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할 수 있는데 사실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10일 동안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서 혐의가 있으면 혐의 있는 것으로 반드시 기소하고 만약에 혐의가 없고 혐의가 없다면 풀어주는 그런 법치의 현실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적색수배를 내린 A씨의 인도에 대해서는 "몽골하고 우리나라하고 양자조약을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르면 자국민 인도 불허라는 게 있다"면서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에 갔을 때 대한민국 국민을 만약에 몽골에서 범죄인 인도를 통해서 송환해 달라 그랬을 때 해주지 않듯이 몽골에서도 몽골 국민을 대한민국으로 보내달라고 했을 때 주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전했다.

승 연구위원은 "경찰이 도르지 소장에 대해 10일 이내에 기소하지 않으면 몽골로 돌아갈 수는 있다. 돌아가면 그를 처벌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전망하면서 "정치와 외교적 문제와 법치의 문제는 엄연히 다르다. 대한민국 여성이 당한 강제추행에 대한 처벌은 법치와 정의의 영역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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