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새 ECB 수장으로 취임한 라가르드 총재는 6일(현지시간) 독일 언론 디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유로존에서 큰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중요한 국가”라면서도 “독일도 ECB와 다른 회원국 정책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가 특정 국가를 지목해 ECB 정책에 동참하라고 주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인 라가르드 총재는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지냈다.
ECB는 전임 마리오 드라기 총재 때부터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유럽 경기 부양을 위해선 마이너스 금리를 앞세운 ECB의 통화정책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독일은 확장적 재정정책에 부정적인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독일은 지난 9월 ECB가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더 낮추고 양적완화를 재개하기로 결정했을 때 반대 방침을 나타냈다. 당시 독일 측 ECB 이사는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말 “지금도 재정지출은 충분하다”며 “추가 부채를 내야 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의 엄격한 균형재정정책은 동·서독 통일 이후 막대한 통일 비용으로 부채가 급증하면서 1990년대 중반 재정위기에 빠진 것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 독일은 16개 주정부의 재정적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앞서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1일 취임 직후 “유럽에 좋은 것은 독일에도 좋은 것”이라며 “독일의 재정규칙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고 했다. 독일이 고수하고 있는 균형재정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의 결정 여부에 따라 비둘기나 매로 표현하는 데 대해 “부엉이가 될 것이다. 부엉이는 매우 현명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본인에게 비둘기파 혹은 매파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경계하려는 발언이라는 것이 유럽 현지 언론 분석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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