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아시아나 3곳 본입찰…이변없는 애경 vs HDC '2파전'

입력 2019-11-07 15:59   수정 2019-11-07 16:03


국내 2위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가려내는 7일 본입찰에 3곳의 컨소시엄이 참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호산업과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이날 오후 2시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본입찰의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투자은행(IB)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함께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PEF)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3곳이 참여했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신세계, SK 등 대기업집단의 '깜짝 입찰'은 없었다. 사실상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2파전' 구도엔 이변이 없다는 분석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피력한 컨소시엄은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산하에 둔 애경그룹이다. 당초 IB업계에서는 인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무게를 뒀으나 애경그룹이 당초 예비입찰에 별도로 참여한 토종 PEF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연합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동안 자금력에서 열세란 평가를 받았던 애경그룹은 1조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굴리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의 연합으로 인수전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또한 막판에 한국투자증권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키며 자금력을 보강했다.

애경그룹 측은 이날도 "국내 2, 3위 국적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국적 항공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경험 전무한 사업자들의 자금 만으로는 장기적 체질 개선이 어렵다"고 자사의 경쟁력을 피력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체급을 키워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행하면 중복비용을 해소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애경그룹은 인수전의 또 다른 한 축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의식한 듯 "컨소시엄 구성, 금산분리 등의 이슈로 자금 조달 문제에 있어서는 입찰자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수 당사자간의 시너지와 인수주체의 경영능력, 피인수기업의 정상화 계획이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탄탄한 자금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7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승자의 저주' 우려가 불거지는 만큼 자금력이 중요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데다 미래에셋대우 특유의 과감한 베팅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사업 다각화에 나선 HDC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함께 운영 중인 면세점, 호텔 사업 등에서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각 측은 아울러 인수가격 외 요소들을 평가하기 위해서도 채점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측은 경영 계획과 시너지 효과 면에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경우 재무안전성 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콩계 PEF 뱅커스트릿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KCGI는 '다크호스'로 주목받았지만 대기업집단 전략적 투자자(SI)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KCGI는 막판까지 신세계 등 대기업 SI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시장의 기대와 같은 대기업집단 SI를 끌어들이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3곳의 컨소시엄이 참여한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유찰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본입찰 서류 접수가 마감된 후 주관사 CS와 금호산업, KDB산업은행 등은 서울 모처에서 서류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입찰 서류에 대해 심사를 거친 후 이달 중 우선 인수협상대상자가 발표될 계획이다. 금호산업 등은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에 속도를 내 가능한 올해 안에 매각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 31%·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받아가는 방식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주가(6일 종가 5600원) 기준으로 추산한 구주 인수대금은 3846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신주 발행액,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인수금액은 1조원을 넘어갈 것으로 IB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원칙적으로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곳까지 함께 '통매각'한다는 방침인 만큼 총 매각 가격은 1조5000억∼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아시아항공 주가는 장중 등락을 거듭하다 대기업집단의 참여가 없었다는 실망감 등이 반영해 5%대 급락세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290원(5.18%) 떨어진 531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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