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여러 언론이 보도한 ‘한국의 상반기 외국인투자 37% 감소···미·중·일보다 부진’ 기사에 대해 반박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현 정부 들어 크게 증가했다”는 게 골자였지요.
앞서 산업부는 지난 4일 ‘한국, 법인세 올려 외국인투자 급감··· 프랑스는 잇단 감세로 사상최대 투자유치’를 쓴 한국경제신문 기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박 자료를 내놨습니다. 제목은 ‘최근 한국 FDI는 크게 증가했다’였습니다. 청와대가 운영하는 정책브리핑에도 같은 내용이 실렸구요. 얼핏 보면 FDI가 급증하고 있는데 언론들이 잘못된 뉴스를 전한 것처럼 보입니다.
기사를 다시 뜯어 볼까요. 언론 보도의 골자는 ‘올 상반기 FDI가 급감했다는 팩트와 연간 기준으로도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모두 정부의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FDI 규모가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37.3% 줄어든 건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됩니다. 미국 중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들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선진국 위주인 주요 20개국(G20)의 FDI 실적은 오히려 같은 기간 6.8% 증가했지요.
정부로선 이런 보도가 부담이 됐을 겁니다. FDI는 국가의 ‘기업환경’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이기 때문이죠. 외국인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하면 일자리 창출 및 기술·서비스 교류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적극 투자하면서 현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게 좋은 사례이지요. 기업 환경이 열악하면 외국인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산업부의 반박 자료엔 “전세계 FDI 감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는 현 정부 들어 크게 증가하여 작년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돼 있습니다. ‘올 상반기 실적이 감소했다’는 보도에 대해 ‘작년 실적이 최고였다’고 반박한 겁니다. 동문서답입니다.
따져봐야 할 건 또 있습니다. 산업부는 반박 자료에서 ‘현 정권 출범 후’를 거론하며 정권 홍보에 나섰습니다. “2013~2016년의 3분기 누적 FDI는 연평균 13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근 3년간(2017~2019년)은 연평균 154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고 했지요. 정부의 공식 자료에서 정권 단위로 경제 지표를 쪼갠 뒤 현 정권의 치적을 강조하는 건 이례적입니다. 자칫 공무원의 ‘정치 중립의무 위반’ 논란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를 보면 현재 한국의 ‘FDI 실력’은 전세계 20위에 불과합니다. 우리 경제 규모보다 훨씬 열위에 있습니다.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는 작년에도 베트남은 물론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에 밀렸습니다. ‘제조업 강국’을 부르짖고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지요. 반면 해외에 직접 투자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세계 13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FDI가 위축되는 건 그만큼 기업 환경이 좋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제 등 신규 노동규제, 화학물질규제 강화, 법인세율 인상 등이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교묘한 자기 합리화가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입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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