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는 '로또 아파트' 기대만 키운다"

입력 2019-11-10 15:27   수정 2019-11-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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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다. 분양가 상한제 지정 요건 완화를 담은 내용이다. 개정안은 공포와 함께 바로 시행됐다. 이를 토대로 이달 6일 첫 분양가 상한제 지정 지역이 발표됐다. 수요자를 억누르는 정책과 더불어 공급자를 억누르는 정책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격을 실질적으로 인하해 실수요자가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도다.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 목표가 깔려 있다. 사실 낯선 제도는 아니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도입됐다. 부작용에 대한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추진됐다. 위원장을 포함해 18명의 위원으로 구성한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를 정부 주도로 2개월 동안 운영한 끝에 도입됐다. 얼마나 고심한 제도였는지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지적된 단점 가운데 현재도 유효하게 지적되고 있는 내용이 있다. 첫째는 민간 공급 위축 우려다. 둘째는 청약 과열과 당첨자의 시세차익 독점이다. 마지막은 집값 안정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당장 재개발과 재건축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주택을 공급하려면 반드시 토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심엔 이 같은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교통과 편의시설 등 기반시설이 좋은 곳, 업무지역과 접근성이 좋은 곳일수록 더 그렇다.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기존 도심을 재생하는 것이다. 이게 재건축·재개발이다. 재건축·재개발은 대표적인 민간 개발사업이다. 집주인들이 모여 기존의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어 나누어 가진다. 추가로 지어진 집은 일반인들에게 공급해 준다. 이 과정에서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사업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일반에 공급하는 가격을 낮추라고 한다면 누가 사업을 진행할까. 사업이 불가능해져도 문제다. 노후화로 인한 안정성과 도심 신규 주택 공급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2516만 명에 이른다. 국민의 절반이 청약통장에 가입한 셈이다. 1순위 자격이 1000만 명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로또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가입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집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나누고 있다. 워낙 가입자가 많다 보니 같은 안에서도 경쟁이 심해 가산점 제도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공급 물량은 제한적인데 신규 공급에 대한 대기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분양가격이 낮아지면 기존 주택의 가격이 낮아질까? 낮은 분양가격으로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면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공급 여건에선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첫째, 빈 땅이 없다.

둘째,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급할 민간 주체도 없다. 과거와 달리 이 같은 사실을 이젠 국민도 알고 있다. 그래서 분양가 상한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신규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로 신축 단지들은 더 기세가 등등해졌다. 집값 안정 효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공급에 대한 우려만 커지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공급 감소는 다시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온다.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낮은 가격으로 분양을 받아 생기는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 걸까. 분양을 통해 얻은 이익은 정상적인 이익이고, 이미 소유하던 주택을 통해 얻는 이익은 비정상적인 이익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무주택자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을 기다리다 잃는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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