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는 2008년 ‘리먼 쇼크’의 계기가 된 서브프라임 주택 대출채권을 증권화한 채무담보부증권(CDO)과 같은 유형의 금융상품이다. 최근 투자 자금이 CLO에 과도하게 몰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의 저신용 기업 대출(주로 BB 등급 이하) 시장의 경우 2005년 2000억달러에서 올 들어 1조2000억달러로 급격히 커졌는데, 이를 증권화한 CLO 시장도 덩달아 커진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지난 9월 22일 분기 보고에서 전 세계의 CLO가 7500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2007년 6400억달러 규모였던 CDO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행 분석에 따르면 일본계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CLO의 대부분은 최상위 AAA 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CLO는 저신용 기업의 대출을 기초 자산으로 하지만, 이들을 묶어서 분리한 증권 부문인 트랑셰(tranche)에서 AAA 등급의 경우는 담보 권리, 이자 수입 등이 우선된다.
일본은행은 일본 금융회사가 주로 투자하고 있는 이 ‘AAA 트랑셰’의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리먼 쇼크 때와 같은 비율로 CLO의 기초자산 기업이 파산하거나 등급이 하락하고, AAA 트랑셰도 같은 비율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그 충격을 분석했다.
또 CLO의 기초자산 대상 기업이 파산한 후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 할 상황에서 회수 가능한 금액의 비중을 리먼 쇼크 당시의 절반으로 설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검토했다. 분석 결과, 이 최악의 경우에도 AAA 트랑셰의 담보 가치는 채무의 110%를 웃돌고, 이자수입 충족 비율도 150% 이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가 와도 CLO의 AAA 트랑셰는 양호하고, 일본계 금융회사에 대한 리스크는 치명적이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사실 CLO는 일본은행이 기초자산을 추적할 수 없을 만큼 구조가 복잡한 것은 아니다. CDO와 다른 점이다. CDO가 증권화상품을 반복적으로 증권화해 리스크를 볼 수 없게 하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CLO의 복잡성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가 비중이 높은 CLO는 리먼 쇼크 때와 같이 은행이 단기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는 패턴과 다르기 때문에 CLO 시장 위축으로 세계 단기 자금시장의 연쇄 위축 파장 또한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다만 BIS 등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CLO 시장이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와 함께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위험성은 있다. 미국 및 세계 경기 악화와 함께 각종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기관투자가 자금이 위축될 경우 CLO 시장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기관투자가의 CLO 투자 규모는 올 상반기 기준 총 7조6149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가 확대 추세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CLO 위기가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 경기가 둔화 추세에 있는 만큼 CLO 시장 위축의 연쇄 효과를 경계하고, CLO의 기초자산까지 추적하면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CLO 기초자산의 건전성을 보기 위해 엄격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리스크 요인과 규모를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처럼 CLO 투자 대상을 AAA 트랑셰 위주로 한정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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