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송이(29·KB금융그룹)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엉엉 울며 말했다.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2·6632야드)에서 열린 ADT캡스챔피언십(총상금 6억원) 최종 라운드 18번홀(파5).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최종전 챔피언이 확정된 순간 그린 주변이 눈물 바다로 변했다. 10년, 237개 대회 만의 우승. 미국에서 뛰는 전인지(25)를 비롯한 동료들이 모두 달려 나와 그를 껴안고 울었다. 안송이는 “10년 동안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선물을 드릴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감격했다.
역대 최다 ‘236전 237기’
안송이는 이날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 루키 이가영(20)이 안송이를 1타 차로 뒤따랐다. 237개 대회 만의 우승은 역대 KLPGA투어 ‘최다 출전 우승’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 5월 167개 대회 만에 우승한 박소연(27)이 갖고 있었다.
안송이는 올해 KLPGA투어 10년 차다. 정규투어에서 10년 연속으로 뛰어야만 자격을 주는 ‘K-10 클럽’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그동안 준우승 세 번, 톱5 15차례, 톱10을 38차례 했다.
안송이는 “14번홀(파4)에서 보기를 한 뒤 갤러리로 온 (전)인지를 봤다. 인지가 ‘결과는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줬다”며 “그 한마디에 힘이 났고 ‘되면 되고 말면 말자’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경기했다”고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또 9년 연속 자신을 후원하고 있는 후원사를 향해 “KB금융그룹이라는 이름이 무거웠는데 우승 선물을 줄 수 있게 돼 정말 좋다”고 말했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안송이는 중반까지 경쟁자들의 추격을 받았다. 박민지(21)가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며 쫓아왔고 이가영도 전반에 1타를 줄이며 따라왔다.
박민지가 후반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우승 경쟁은 안송이와 이가영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안송이는 1타 뒤지던 16번홀(파3)에서 버디를 낚아채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안송이는 17번홀(파4)을 파로 막았고 이 홀에서 이가영이 3온 후에 파 퍼트를 놓치면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가영이 2.5m 버디 퍼트를 놓쳐 파를 잡은 안송이의 우승이 확정됐다.
최혜진, 최종전에서 ‘전관왕’ 확정
최종전까지 안갯속에 있던 상금과 평균 타수 1위는 최혜진(20)에게 돌아갔다. 최혜진은 이번주 최종합계 3오버파로 부진했지만 역전을 위해 준우승 이상이 필요했던 장하나가 4언더파 공동 8위에 머물러 최혜진의 수상이 확정됐다.
이로써 최혜진은 이 대회 전 확정했던 다승과 대상 포인트에 상금, 평균 타수를 더해 4관왕에 등극했다. 조아연(19)에게 돌아간 신인상을 빼면 주요 타이틀을 모두 독식한 ‘전관왕’이다. KLPGA투어에서 4관왕이 배출된 건 2017년 ‘핫식스’ 이정은(23) 이후 2년 만이다.
최혜진은 “올 한 해 열심히 한 만큼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해 정말 기분이 좋다”며 “(이 대회 결과에 따라) 장하나에게 (상금과 평균 타수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이야기를 기사 등을 통해 접했고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극적으로 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금 1억원 넘기고도 끝내 넘지 못한 벽
이 대회를 끝으로 내년 정규투어 시드권을 보장받는 상금순위 상위 60명이 결정됐다. 이 대회 전까지 상금순위 58위였던 서연정(24)은 이번주 72위로 부진했고 상금순위가 62위(1억48만8208원)로 내려가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상금 1억원을 넘기고도 60위 내에 들지 못한 건 서연정이 처음이다. 반면 63위였던 이기쁨(25)은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치면서 상금순위 60위로 도약했다. 그는 서연정이 놓친 내년 정규투어 출전권을 극적으로 거머쥐면서 ‘지옥의 시드전’을 피했다.
천안=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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