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일손부족에 따른 도산 줄고 있지 않는 일본

입력 2019-11-11 14:51   수정 2019-11-11 15:00


일본에서 일손 부족 탓에 문을 닫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2012년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가 본격화된 뒤 경기개선으로 일자리 수요가 늘면서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곤경에 처한 것입니다.

시장조사업체인 도쿄상공리서치가 11일 발표한 올 10월 일본 전국기업도산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8%증가한 780건에 달했습니다. 도산 기업수가 2개월 연속 늘었을 뿐 아니라 올 7월(802건) 이후 월별 기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특히 ‘일손 부족’에 따른 도산이 37건으로 전년 동월(25건)대비 크게 늘었습니다. 이 중 ‘인건비 상승’으로 도산한 사례는 4건이었습니다. 인력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인건비를 올리다가 버티지 못한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은 것입니다.

특히 ‘일손 부족’에 따른 도산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2017년 317건이었던 일손 부족으로 도산하는 일본 기업 수는 지난해 387건에 달했습니다. 올 들어서도 10월까지 324건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올 하반기 들어서도 거의 대부분 기간 동안 월 30개 이상의 기업이 도산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도산 기업 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올해 400여 개 기업이 일손 부족 탓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지난달 도산한 일본 기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소비세율 증세 이후 소비 위축 우려가 큰 소매업에서 도산 건수가 121건(전년 동기 대비 14.1%증가)에 달했습니다. 소매업은 5개월 연속으로 도산건수가 늘었습니다. 이와 함께 음식업, 음식료품 소매업, 음식료품 제조업, 인쇄업, 기계기구 도·소매업 등에서 도산 건수 증가율이 높았습니다.

기업규모별로는 직원 5인 미만 기업이 전체 도산의 76.1%를 차지했습니다. 외부 충격을 견딜만한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부터 먼저 쓰러졌다는 분석입니다.

일본에서 일손 부족 현상은 블루칼라 직종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중소기업부터 일손부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일본 못지않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최근 들어선 저출산도 심각해진 상황입니다. 오늘날 일본이 겪고 있는 일손부족에 따른 줄도산 사태도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 사회도 경험할지 모를 일입니다. 한국보다 앞서 일손부족·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미리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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