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 결국 퇴진

입력 2019-11-11 15:56   수정 2020-02-09 00:02

중남미 현역 최장수 지도자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사진)이 10일(현지시간)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대선과 관련해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TV 연설을 통해 “나라의 평화를 위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볼리비아에서는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 투표 직후 개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선거관리당국이 선거 당일 중간개표 현황 공개를 돌연 중단한 후 24시간 만에 재개한 것이 문제가 됐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볼리비아에서는 지난 3주 새 수백 명이 다치고 3명이 사망했다.

모랄레스는 개표 조작 의혹을 계속 부인하면서 ‘퇴진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의혹을 제기하는 야권을 오히려 ‘쿠데타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미주기구(OAS)가 이날 대선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OAS 발표 이후 볼리비아 군 수장과 경찰 수장이 항명의 뜻을 밝히면서 모랄레스는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2006년 1월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으로 집권한 모랄레스는 이로써 13년여 만에 물러나게 됐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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