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경제신문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시점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17차례 부동산 대책 중 서울 집값 하락에 영향을 미친 정책은 2017년 8·2 대책과 지난해 9·13 대책 두 번에 그쳤다. 잦은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취임 기간(129주)에 92주 동안 매주 상승세를 기록했다.
2017년 8·2 대책 발표 직후인 8월 첫째 주 서울 집값은 전주보다 0.03% 떨어지며 74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담은 취임 후 첫 고강도 대책이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발표 직후 “자기가 사는 집 아니면 좀 파시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약발은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다섯 주 뒤인 9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 오르며 다시 상승했다. 정부는 같은 해 10월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상승폭은 이듬해 1월 0.39%까지 높아졌다. 8·2 대책 직전(0.33%)보다 상승폭이 컸다.
치솟던 서울 집값은 지난해 9·13 대책 이후에야 누그러졌다. 발표 두 달 뒤인 11월 둘째 주 1년3개월 만에 하락전환했다. 종부세율 인상,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을 담은 고강도 규제로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은 영향이었다. 이후 지난 6월까지 32주 동안 하락했다. 국토부는 11일 이를 두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 있는 정책으로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상승폭이 둔화된 상황에도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되레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13 대책 후 1년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7억5814만원으로 대책 이전 1년 평균(6억6603만원)보다 13.8% 상승했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34억원에 거래되며 2017년 5월(19억4500만원) 대비 15억원가량 급등했다.
정부가 8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한 뒤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와 공급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수요 규제만 집중하고 있다”며 “서울 등 주거 수요가 높은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관련뉴스